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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은 장관이 직접 홍보하고···재가동엔 침묵한 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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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탈원전과 관련해 인터뷰한 영상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동영상 캡처]

지난해 9월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탈원전과 관련해 인터뷰한 영상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게시됐다. [동영상 캡처]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어젠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 기념사에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직접 밝혔다.

그런 만큼 청와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정책자료→정책현안에는 ‘에너지 전환’ 코너가 있고 지난해 6월부터 탈원전 관련 홍보 자료가 15개 올라와 있다.

특히 지난해 9월에는 에너지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백운규 장관이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한 ‘친절한 청와대’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게시됐다. 이 영상에서 백 장관은 “한빛 4호기에서 발생한 이물질 사건이라든지 전반적인 원전의 녹슨 현상을 보니까 콘크리트가 정확하게 원전의 돔 철판으로 메꾸지 못한 현상이 있었다”며 원전의 안전 문제를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전력수급 여건에 관해선 “2022년까지 전력예비율이 최고치로 보고 있다”며 “(전력 공급이 추가로 필요한) 10기가와트시(GWh) 정도는 열심히 신재생 에너지를 건설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LNG(액화천연가스)로 수급하면 문제가 없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서 열린 '고리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한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백 장관의 이런 예측에도 불구하고 올 여름 재난에 가까운 폭염이 계속되자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비 중인 원전의 재가동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한수원은 지난 22일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주∼3주)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더위로 인해 역대 최대 전력 수요를 경신하는 등 탈원전 기조에 어긋나는 현상이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청와대에선 별다른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탈원전을 홍보할 때와는 대조적으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이 게재되지도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원전의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중 태양광발전의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폭우가 쏟아진 지난 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국도 58호선 옆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일부가 무너지며 나무와 토사가 왕복 2차선 도로를 덮쳤다. [뉴스1]

폭우가 쏟아진 지난 3일 경북 청도군 매전면 온막리 국도 58호선 옆 야산에서 산사태가 나 산비탈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일부가 무너지며 나무와 토사가 왕복 2차선 도로를 덮쳤다. [뉴스1]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에선 태양광 발전 시설의 인버터(태양광 패널의 직류 전류를 교류 전류로 변환하는 장치)에서 불이 났고, 지난 12일에는 전남 해남군 태양광 발전 시설의 전기실에서 화재가 나 리튬배터리 306개를 태우는 등 4억6000만원의 재판 피해가 났다. 지난 3일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비가 많이 내리자 경북 청도군의 태양광 시설에는 산사태가 생기기도 했다.

태양광 시설 자체의 안전성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태양광발전 설비의 정기검사 불합격률이 증가하고 있다. 2015년 태양광 발전의 불합격 건수는 34건이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174건으로 5배 정도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불합격률 또한 1.5배(2.28%→3.38%)가 됐다. 윤 의원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는 2018년 이후의 불합격률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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