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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당뇨 걱정돼 고지혈증 방치? 10개국서 승인한 약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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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안전성 높은 약물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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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지혈증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약 188만2000명. 5년 전 대비 46.8%(약 60만 명)나 늘었다. 고지혈증은 방치하면 동맥경화를 일으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한다. 다행히 치료 효과가 우수한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있어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스타틴이 당뇨병 발생과 연관성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환자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스타틴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고 안전하게 복용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고지혈증은 혈액 속에 지방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상태를 말한다. 혈액 속 지방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고밀도지단백(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대표적이다.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많으면 혈관 벽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혈전을 생성해 동맥경화를 유발한다. 심하면 심근경색·뇌졸중으로 악화할 수 있다. 반대로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낀 나쁜 지방을 간으로 운반해 대사시키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최철웅 교수는 “고지혈증을 치료하려면 중성지방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지혈증의 치료는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게 기본이다. 여기에 약물요법을 병행한다. 몸속 지방 성분의 약 30%는 음식물을 통해 흡수되고 70%는 체내에서 생성된다. 기름진 음식이나 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고지혈증을 앓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지혈증 약은 지방이 체내에서 생성되는 시스템을 차단한다. 고지혈증 치료에서 약물요법이 핵심인 이유다.

당뇨 있는 고지혈증 환자에겐 더 필요 

고지혈증 치료제로는 스타틴 계열의 약이 많이 쓰인다. 스타틴은 LDL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심혈관 질환의 예방 효과가 우수하고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 발생이 적은 편이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된다. 복용자가 많은 만큼 부작용 이슈도 크게 부각된다. 특히 2008년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문제점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스타틴 복용과 당뇨병 발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보고됐다. 결국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2년 스타틴 계열 약물의 제품 첨부 문서에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를 늘릴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추가했다.

이런 논란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는 여전히 스타틴을 환자에게 처방한다. 당뇨병 발생을 우려해 스타틴을 끊으면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이 커져 더 손해라는 게 중론이다. 최철웅 교수는 “심혈관 질환 예방으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크다”며 “스타틴을 복용하는 환자 모두에서 당뇨병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설령 당뇨가 생겼더라도 치료를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환자가 복용해도 증상이 악화하거나 추가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일은 없다. 오히려 당뇨병이 있는 고지혈증 환자는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우려가 커 스타틴 복용이 더욱 필요하다. 다만 비만하거나 당뇨병 전 단계인 내당능장애 환자는 당뇨병 발생 고위험군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스타틴을 복용하는 동안에는 당뇨 발생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을 권한다.

환자 마음대로 약 끊으면 되레 역효과 

스타틴의 당뇨 발생 빈도는 약 종류별로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같은 약이라도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그중 ‘피타바스타틴’(성분명)은 당뇨병에 대한 안전성이 비교적 일정하게 확인된 스타틴 계열 약물이다. 일본 도쿄대 의대 오다와라 마사토 교수 연구팀이 내당능장애가 있는 고지혈증 환자 1269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약에 비해 당뇨병 유발 위험이 18%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시판후조사(시판 승인이 난 후 이뤄지는 약물 안전성 평가)와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2016년 영국 약품·건강제품통제국(MHRA)은 피타바스타틴 성분의 약 설명서에 ‘당뇨병에 대한 위험 징후가 없다’는 문구를 포함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스타틴 계열 약물 중 유일하다. 이어 포르투갈·그리스·독일·스페인·스웨덴·네덜란드·이탈리아·대만·인도네시아 보건당국도 당뇨 안전성을 공인했다.

의사는 환자의 당뇨 및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도를 고루 따져 치료법을 결정한다. ‘당뇨가 걱정돼서’ ‘약 먹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잘 떨어져서’ 복용 중인 약을 임의로 끊으면 역효과만 난다. 최 교수는 “약 복용을 마음대로 중단하면 체내 생성 시스템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다시 상승한다”며 “용법·용량을 지키는 것이 가장 안전한 복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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