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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 웨이크필드 "반갑다! 미라벨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메이저리그의 숙적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의 1차전이 벌어진 지난 2일(한국시간), 현지시간 오후 7시13분에 시작하는 경기시간이 임박해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로건공항에서 레드삭스의 홈구장 펜웨이파크까지 경찰이 호위한 차량 한대가 쏜살같이 달렸다.

그 차량안에는 고위관계자도,VIP도 아닌 선수 한명이 타고 있었다.그 선수의 호송을 위해 보스턴 시 경찰이 출동했다.그는 달리는 차 안에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경기개시 불과 12분전에 운동장에 도착했다.그는 지난해까지 레드삭스에서 뛰었던 포수 덕 미라벨리(36).

미라벨리는 이날 오후 트레이드통보를 받고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로부터 날아오는 길이었다.미라벨리는 경기장에 도착한 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곧바로 출전했다.

레드삭스가 미라벨리를 이처럼 호송작전까지 펼치며 데려온 이유는 이날 숙적 양키스를 상대로 나선 선발투수가 너클볼전문투수 팀 웨이크필드(40)였기때문.

너클볼은 공의 회전이 없이 흐느적거리며 날아오기 때문에 특별한 기술이 없으면 포수가 받아내기도 힘든 구질이다.그래서 레드삭스 주전포수 제이슨 베리텍은 너클볼을 가리켜 "젓가락으로 파리를 잡는 것 처럼 힘들다"고 말할 정도다.그 너클볼을 받아내는 전문포수가 바로 미라벨리.

너클볼을 받기 위해 특수제작한 포수미트까지 갖추고 있는 미라벨리는 지난 2001년부터 5년동안 웨이크필드의 전담포수로 활약하며 호흡을 맞춘 사이다.레드삭스는 내야진보강을 위해 지난 겨울 미라벨리를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했지만 이후 웨이크필드가 1승4패로 부진하며 다른 포수들이 그의 공을 받아내지 못하자 다시 미라벨리를 영입하기로 결정했고,이날 트레이드가 최종 결정돼 급히 날아오게 된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경기시간전에 도착한 미라벨리를 가장 반긴 것은 역시 이날 선발 웨이크필드.전날까지 포수들이 자신이 던진 공에 무려 10개의 패스트볼을 저질러 불안해했던 웨이크필드는 이날 미라벨리와 호흡을 이뤄 특유의 너클볼을 마음껏 던졌고, 7이닝 4안타 3실점으로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미라벨리가 단 한개의 패스트볼도 없이 잘 잡아주자 웨이크필드가 마음먹은대로 공을 던질 수 있었던 것.경찰의 특별한 호송까지 펼쳐 미라벨리를 데려온 레드삭스는 7-3으로 이겨 '공수작전'의 승리를 만끽했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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