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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깬 트럼프, Fed의 통화정책까지 직접 개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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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3호 15면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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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개입(Trump’s Interventio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에서 “(Fed의)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이 Fed 정책에 직접 개입하고 나선 것은 1980년 신자유주의가 경제정책 교리로 떠오른 이후 거의 없었던 일이다. 트럼프는 백악관 정원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Fed 사람들을 선호하지만, 그들이 금리를 올리는 일에 반드시 동의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 말을 꼭 해야겠다. 나는 (금리 인상이) 기쁘지 않다”고 못박았다.

“금리인상 달갑지 않다” 긴축 반대 #강달러로 무역 적자 는다고 생각 #통화가치 떨어뜨린 EU·중국 겨냥 #달러 가치 떨어져 시장에 직격탄 #CNBC “Fed 정책에 영향 없을 것” #울프 “통화정책 트럼프 입에 달려”

트럼프가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아니었다. 철저하게 무역전쟁 관점에서 반대했다. 그는 “유로화를 보라”며 “EU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금리인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로 가치가 떨어지는 바람에 미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1500억 달러(약 170조원)를 잃고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생각이다. 미 기준금리는 그가 집권한 2017년 1월 이후 5차례 인상됐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서도 특유의 과장법을 동원했다. 그는 “중국이 이라크처럼 의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우리는 불리한 처지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위안화 가치가 3% 넘게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개입보다는 시장의 힘이 작용한 탓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격을 내전으로 찌든 이라크 돈 가치가 하락하는 만큼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말이 너무 직설적이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사람들은 내가 대통령으로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며 “평범한 시민이 할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미국 대통령이 Fed 통화정책에 대해 언급한 적은 종종 있었다. 70년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당시 Fed 의장인 아서 번스를 압박해 돈줄을 풀기도 했다. 하지만 80년 이후엔 미 대통령은 경제 참모 등을 시켜 Fed 의장에 뜻을 완곡하게 전달하는 게 관례였다. 트럼프처럼 언론과 인터뷰에서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는 게 일종의 규범이었다. 트럼프의 개입은 ‘트럼프의 더러운 손(dirty hand)’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가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행태를 시장자유를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 ‘시장에 더러운 손을 넣었다’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날 트럼프 말은 시장에 직격탄이었다. 19일 미 달러 가치가 떨어졌다. 10년만기 국채 금리도 4bp(1%=100bp) 정도 떨어졌다. 하루 뒤인 20일 국내 외환시장에선 원화 가치가 달러당 1132.56원 선까지 올랐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개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그는 트위터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국제유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직후 두 나라는 하루 100만 배럴 증산에 합의했다. 국제유가가 한동한 약세를 보였다. 사우디와 러시아처럼 Fed도 트럼프 말에 움직일까. CNBC는 전직 Fed 이사와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의 말을 빌려 “트럼프의 말은 아주 위험스러운 것이기는 하지만 Fed 정책에 영향은 거의 주지 않을 것 같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칼럼니스트인 마틴 울프는 지난해 중앙SUNDAY와 인터뷰에서 “Fed 의장 제롬 파월은 트럼프와 맞설 인물은 아니다”며 “미 통화정책 방향은 트럼프의 입에 달렸다”고 말했다. 울프의 말대로 파월이 트럼프의 뜻을 반영할지가 관건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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