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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훈시질 말라"며 거친 언사로 대남 압박 재개...왜

중앙일보

입력

북한 지역 철도 현대화를 위한 남북 공동연구조사단이 20일 금강산 인근 지역에서 철로 상황을 점검 중인 가운데 북한이 남측 정부에 포화를 재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남측 당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어, 남북 간의 중대 문제들이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남조선 당국은 우리(북)와의 대화탁(테이블)에마주 앉아 말로는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떠들고 있지만,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핀다”며 “북남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한 아무런 실천적인 조치들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싱가포르 방문 중 했던 연설(“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에 대해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해외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황강일 지배인 포함)이 집단 탈출한 뒤 2016년 4월 입국해 보호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해외의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종업원 13명(황강일 지배인 포함)이 집단 탈출한 뒤 2016년 4월 입국해 보호기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은 올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남측 정부에 대한 비난을 대폭 줄였다. 문 대통령을 “남조선 집권자”라고 칭했던 북한은 최근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예우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날 거친 표현을 동원한 집중포화를 날렸다. 북한이 비록 이날 문 대통령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해외에서 언급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인터넷 대외 선전 매체인 ‘우리 민족끼리’와 ‘메아리’가 2016년 입국한 중국 내 북한 식당 여종업원 송환을 이산가족상봉 행사와 결부시키려는 모습을 보여 당국이 주목하고 있다.
북한 언론들은 “우리 여성 공민(북한 여종업원)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일정에 오른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은 물론 북남관계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문제는 모략사건의 흑막이 여지없이 밝혀진 오늘날에 와서까지 막무가내로 부정하면서 과거 보수 정권의 죄악을 싸고도는 통일부 장관 조명균을 비롯한 현 남조선 당국자들의 철면피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1월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제안에 대해 “귀측의 할 도리부터 하라”며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달 1일 열린 고위급 회담에선 이 문제를 조건부로 제기하지 않아 다음 달 20일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열기로 했다. 최근 북·미, 남북관계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며 입장이 바뀐 분위기다.

북한이 이날 남측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과 관련해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언급할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반발 배경을 분석 중이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는 지난달 7차례의 분야별 회담을 했다”며 “철도와 도로 현대화 등 남북 경협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대북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이런 정부의 입장에 불만을 가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방장관회담이나 장성급 회담 등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정부의 회담 제의에 북한이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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