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기러기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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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기러기 가족'- 이상국(1946~ )

아버지 송지호에 좀 쉬었다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한반도에서 겨울을 난 기러기 부자가 동해안 상공을 날고 있다. 시인이 나중에 덧붙인 글에 따르면, 기러기 부자의 대화는 더 이어진다. 시베리아 항로가 처음일 어린 아들 기러기가 묻는다. '아버지, 그럼 우리에게 날개란 무엇입니까?' 그러자 아버지 기러기 왈, '그걸 알면 내가 왜 하늘을 날겠느냐.' 하늘을 날건, 땅 위를 기건, 물속을 헤엄치건, 우리는 모른다, 왜 날고, 기고, 헤엄치는지. 아들아, 그러나 일단 날아올랐다면, 날갯짓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이유는 단 하나.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 추락하기 때문이다. 아들아, 시베리아는 멀다.

<이문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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