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조계종 "거듭 태어나기" 몸부림-서 총무원장 종단 개혁안 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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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 불교의 법통을 잇고있는 최대 종파인 조계종단 안에 일대 개혁의 기운이 일고 있다. 최근 봉은사 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것과 같이 조계종 단은 종권 다툼의 폭력분규가 끊일 사이 없었고 재산 다툼으로 중생을 제도해야할 수도자의 모습이 거듭 훼손돼왔다.
불교가 대오 각성해야 한다는 소리는 산사의 정진하는 승려로부터 신심 깊은 신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나왔다.
13일 서의현 조계종 총무원장이 현재의 중앙집권적 종단제도인 총무원 중심 체제를 지방분권적인 24개 교구 본사 중심제로 바꾸는 종단 행정제도 개편과 재산관리의 합리화, 의식·계율의 현대적 해석과 적용, 수행과 교화의 분리 등 종단 개혁안을 제시한 것은 점증하는 불교혁신의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조계종 단의 제도개혁은 뿌리깊은 1천6백년 한국불교의 전통과 교리문제 등으로 적지 않은 파란과 반대에 부닥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총무원 중심에서 24개 교구 본사 자율운영 체제로의 체제 변화는 총무원이 지방 말사 주지 임명권까지 가지는 중앙집권적 체제 내에서 생겨나는 권력집중과 그 속에서 배태된 타락상 등 폐단을 근원적으로 해소하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교구 본사 중심제는 교구 내 말사 주지들이 본사 주지를 선출하고 본사 주지가 말사 주지를 임명하는 권한을 가져 교구행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해나간다는 것이다.
현재 24개 교구는 자생적인 위계질서를 가지고있어 자율권을 가지고 교구 중심으로 운영될 때 인사문제 등에 따른 잡음이 생겨날 소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총무원 중심 체제 아래서는 중앙에서 교구내의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인사를 빈번히 해 분쟁을 야기 시켰다.
교구 본사 제도는 일제가 우리 불교를 약화시키기 위해 31본산제로 분리시켰던 어두운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원시 불교로부터 이어져온 산문 중심의 대중적 합의를 존중하는 산중 공사가 승려와 승단의 자율을 강조해왔고 민주적 체제가 강조되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볼 때 지방 자치적인 종교단체 운영이 능률적일 수도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불교가 현대사회에 역동적으로 대처해 포교 활동을 피기 위해 의식·계율의 개혁도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었다. 한문 표기식의 경전·기도문 등의 한글화가 시급해졌고 승려들의 복식, 식생활의 현대적 개선이 필요해졌다.
일부 대학생 집회 등에서 타라니 위주로 표기돼있는 각종 축원·참회·발언 문 등이 한글화하고 있으나 아직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있다.
승려들이 현대사회에 적응, 적극적 포교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복식·식생활도 바뀌어야 한다.
「부 살생」의 계율은 직접적 살생과 간접적 살생을 포함해 엄격히 지켜져 승려들의 육식은 금지돼왔다. 불교가 대중 속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방불교에 있어서는 「부 살생」의 계율에서 간접 살생을 배제해 승려의 육식이 허용되고있다.
복식도 장삼·가사 등으로 의례 복식이 강조되고있어 현대생활에는 불편함이 많다.
조계종 총무원이 제시한 이 같은 개혁안은 앞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청문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갖고 중앙 종회의 의결을 거쳐 실행될 예정이다.
서 원장은 빠르면 올해 중에, 늦어도 내년 3월 중앙 종회 때까지는 개혁안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사 중심제가 확정되면 조계종의 중앙조직은 상징적인 대표성만을 간직해 교육·포교 등만 전담하는 협의기구로 바뀌게 된다. <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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