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로 안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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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이매2동 아름마을 아파트 5300여 세대의 최대 민원은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 차량 소음이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이 소음이 더 커졌다. 인근 용인에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이 도로를 이용하는 서울행 차량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S아파트 박태관 입주자대표회장은 "9년전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제기되자 성남시가 8m높이의 방음벽을 세웠으나 높은 층 주민들의 소음 피해는 여전하다"며 "고속화 도로의 아름마을 구간 1.3km를 지하도로로 바꾸는 근원적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고속화 도로 맞은편에 판교신도시(동 판교)가 조성되면 그 곳 주민들까지 이 도로를 이용하게 돼 소음 공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아름마을 아파트 8개 단지 주민들은 판교신도시 개발에 맞춰 이 구간이 지하화되길 원하고 있다.

H아파트 이규복 입주자대표회장은 "이 구간을 그대로 두면 판교신도시 입주때 주민 민원이 반드시 발생할 것"이라며 "신도시 개발사업자들이 신도시 입주예정자들을 위한다면 도로 지하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이미 지역 시의원과 함께 판교신도시 공동사업자인 성남시.토지공사.주택공사 측에 이 고속화도로 지하화 필요성을 두차례 설명했다.

시 도시개발사업단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지하화 민원이 제기돼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막대한 공사비가 드는 사업인만큼 토공.주공과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 도로과는 지하화할 경우 공사비가 2000억여원,기존 도로에 투명 소재를 덧씌워 터널형 도로로 만들땐 5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토공 신도시사업처 관계자는 "성남시가 중심이 돼 검토하고 있다"며 "고속화도로 소음 발생과 판교신도시 건설의 연관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선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신도시 사업시행자가 공사비를 댈 경우 그 비용은 미래의 신도시 입주자 부담이 돼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도로 방음 시공방식으로 터널형보다 지하화를 원한다. 왕복 6차로(폭 35m)를 투명 소재로 덧씌울 경우 판교신도시와 아름마을을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이 생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주민들은 "아름마을은 판교신도시 분양과 더불어 쾌적한 주거 분위기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라며 "탄천이 가까이 있는 등 자연친화적 환경도 뛰어나고 이매고 등 명문 학교가 자리잡고 있다"고 자랑한다. 정자역과 서울 강남역을 잇는 신분당선이 2010년쯤 완공되면 고속화도로 건너편에 판교역이 들어설 예정이다. 최근 아름마을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다.

주민들은 수년간 소음공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시 유관부서들이 아름마을 민원에 뒷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 도로과는 "20여년전 신도시 아파트 건립때 고속화도로 소음에 대해 이미 검토한 사항으로 관련법 저촉이 없어 건축 허가가 났다"며 "추가 방음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신 아파트 단지내 수목 식재 등 자체 방음대책 수립을 권했다.

시 환경보전과는 "고속화도로 교통소음이 규제기준인 68㏈(주간) 미만이 되도록 분당경찰서와 협조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시는 2004년 교통량 증가로 인한 주거지역 주민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시내 6곳을 교통소음.진동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분당~수서고속화도로 야탑사거리~매송사거리간 2.3㎞ ^성남대로 복정역~경원대간 2.1㎞^ 야탑사거리~동막교사거리간 8.6㎞ ^공단로 중원구청사거리~대원터널사거리간 2.1㎞ ^서현로 양현사거리~분당요한성당간 3.3㎞ ^판교~구리고속도로 삼부아파트 0.2㎞ 구간 등이다.이 구간들은 차량 최고속도를 제한하고 있다.또 무인 속도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저소음 소재로 도로를 포장(에코팔트)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속화도로 매송사거리 구간에선 최고속도가 시속 90㎞로 제한되고 경음기 사용이 금지되고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자동 쪽에서 질주해 오는 차량들이 아파트 단지 쪽에서 고속화 도로로 진입하는 차량에 주의를 주기 위해 빈번하게 경적을 울린다. 교통표지판의 경고가 운전자에겐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주민들이 지하화를 서두르는 원인 중 하나다.

아름마을 입주자대표회연합회는 조만간 전체 회의를 통해 고속화도로 지하화 탄원서를 작성,성남시.토공.주공 등 유관기관 및 지역 국회의원에게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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