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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원 끝모를 '표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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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시가 내년 말까지 서초구 원지동에 건립할 예정이던 추모공원(화장장) 조성 사업이 불투명하다.

2001년 부지를 확정하고도 서초구청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첫삽도 뜨지 못한 데다 인근 주민들이 서울시와 건설교통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선고가 계속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년 가까이 소송에 휘말리는 바람에 사업 추진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며 재판부에 신속히 결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민 재산권이 걸려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오는 19일 열리는 재판에서도 최종 선고를 하지 않을 예정이다.

◇법정 공방=2001년 7월 서울시는 서초구 원지동 일대 5만평을 추모공원 부지로 확정하고 같은 해 9월 해당 부지를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다. 늘어나는 화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내년 말까지 화장로 20기와 납골당 5만위를 지을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서초구와 주민들은 즉각 시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도시계획시설 결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이어 지난해 4월 건설교통부가 해당 부지에 대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결정하자 이번에는 건교부를 상대로 그린벨트 해제 결정 취소 및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지난해 5월 서울시에 추모공원 조성 공사 중지 권고를 내렸으며 서울시는 같은 해 6월 강행하려던 착공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동안 서울시와 서초구 주민들은 여덟차례나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으며 재판부는 지난달 29일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환경.교통영향평가와 장묘 수요 예측 등에 대한 서울시의 추가 자료 보완이 필요하다"며 선고 공판을 취소한 데 이어 오는 19일에도 변론만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행정법원 행정 4부 유남석(劉南碩)부장판사는 "양측의 변론을 충분히 듣고 최종 선고 기일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망=서울시는 당초 승소할 경우 다음달 추모공원 건립을 원래 계획대로 강행할 예정이었다.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원지동을 국가중앙의료원 부지로 선정하자 화장로 규모를 11기로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해 주민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계속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노인복지과 방태원(方泰元)과장은 "법원 판결이 늦어지면 국가중앙의료원 건립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남호(趙南浩)서초구청장은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현재로선 화장로를 허용할 수 없다"며 "다만 의료원이 들어올 경우 우선 화장로 5기는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가 그린벨트까지 해제하며 추진해온 원지동 추모공원 건립사업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표류할 전망이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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