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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떡볶이 사이에 있는 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92호 32면

Beyond Chart: Book

지난주 9위로 첫 진입, 세 계단이 오른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흔)는 여느 베스트셀러와는 다르다. 지난해 독자 1292명이 크라우드 펀딩을 한 2000만원이 모여 독립 출판물로 제작됐고, 2000부 이상 팔리면서 단행본까지 나온 것. 그렇다고 유명한 작가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스물여덟의 평범한 회사원, 책도 처음 쓰는 초보 작가다.

에세이라지만 좋은 말, 예쁜 말 대잔치가 아니라 솔직하고 담담한 자기 경험이 배어 있다. 더구나 섣불리 ‘커밍아웃’ 하기 힘든 우울증에 관한 고백이다. 저자는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12주간의 기록을 담담히 전하면서 “전문가·의사가 아닌 치료받는 사람의 심정이 궁금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왜 제목에 떡볶이가 들어갔을까. 종종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상상도 했다는 저자. 하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어땠을까.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의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서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중략) 이러한 감정들이 한 번에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서 더 괴로웠다.”(p.8)

이 책을 구매한 독자 70%는 20~30대 여성이다. 겉보기에는 멀쩡하지만 속은 곪아 있는,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자들이 이 세대에 그만큼 많다는 방증 아닐까. ‘울고 싶을 때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책의 메시지에 울림이 크다.

글 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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