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군축, 지금은 순서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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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을지-태극 연습 관련 브리핑에 앞서 발언 차례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일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을지-태극 연습 관련 브리핑에 앞서 발언 차례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1일 “이달 말 발표할 국방개혁 2.0의 지향점은 문민통제 확립과 3군 균형발전”이라고 말했다. 취임 1주년(14일)을 앞두고 국방부 기자단과 한 간담회에서다.

문민통제는 국가의 군사ㆍ국방 정책을 직업 군인이 아닌 민간 정치인이 결정한다는 원칙이다. 송 장관은 문민통제를 설명하면서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포드 자동차의 전문경영인인 로버트 맥나마라를 국방장관에 전격 발탁했다”며 “맥나마라 장관은 국방부에 기획예산관리 시스템(PPBS)을 도입하면서 제2차 2차 세계대전 이후 방만하게 유지되온 국방 예산을 비로소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군복 입은 군인은 월급 받는 직장인 같은 생활이 아닌 전투 부대에서 근무하도록 하고, 행정 업무는 민간인에게 맡기자”고 덧붙였다.

송 장관은 또 문민통제를 민간인인 대통령이 지시를 내리면 군은 이를 그대로 집행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는 “국방개혁은 군을 잘 모르는 통수권자(대통령)를 군의 시각으로 설득하는 게 아니다”며 “케네디 대통령처럼 군을 잘 모르는 통수권자라 하더라도 그 뜻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민통제가 이뤄지 않는다면 군이 민을 통제하고 국군은 국가를 통제하는 상황이 정당화된다”고 힘줘 말했다.

장군 수 감축 등 내용이 들어간 국방개혁 2.0이 실행될 경우 군 내부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묘한 파문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송 장관은 3군 균형발전이 전투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군이 이라크 전쟁 때 쿠웨이트에서 바그다드까지 1500㎞를 20일 만에 이동해 점령했다”며 “우주ㆍ공중ㆍ지상ㆍ해상ㆍ해전 등 5개 구역에서 입체작전을 펼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국군은 아직도 주로 평면 개념에서 작전을 짜고 있다”며 “인공위성으로 정확한 첩보를 입수한 뒤 공군과 해군이 유도무기로 타격하고 최단 시간 내 이동하는 첨단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국방개혁을 함정에 비유하면서 “함정의 함장으로서 회오리가 불어도 모항까지 안전하게 운항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장관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군 후배들이 보다 나은 군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며 “국방개혁에 임하는 나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송 장관은 남북관계가 진전되고 있지만, 군축 논의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군 부대의 전방 철수 논의는 국방개혁 틀 안에 검토하고 있는 것이지 북한을 의식해서 하는 건 절대 아니다”며 “그런 구상은 한 번도 머릿속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평화 무드에 따른 본격적인 군축 논의에 대해서는 “완전한 신뢰구축과 비핵화가 이뤄진 뒤 군축을 논의하는 게 맞다”며 “지금은 순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변화된 대북 정책 기조에 국방개혁안 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송 장관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송 장관은 “이견이 있다기보다 미흡한 점을 검토하면서 새로운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며 “(국방개혁안이) 최종 단계의 정리 단계에 와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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