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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송영무, 기무사 계엄령 문건 청와대에 이미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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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지난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의혹을 수사 할 특별수사단장으로 임명된 공군본부 법무실장 전익수 대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지난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의혹을 수사 할 특별수사단장으로 임명된 공군본부 법무실장 전익수 대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11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한 의혹과 전시 계엄 문건을 작성한 의혹을 조사하는 특별수사단을 발족했다. 특별수사단장에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대령)이 임명됐다. 특별수사단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진행 상황도 송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는다. 독립적 수사권을 보장받기 위한 조치다. 전 단장이 국방부판 ‘특검’으로 불리는 이유다. 특별수사단은 육군 또는 기무사 출신이 아닌 군 검사 등 30여 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특별수사단이 풀어야할 쟁점 #송 장관, 3월 기무사 문건 보고 받아 #국방부 “지방선거 영향 우려 비공개” #청와대 “보고 여부 딱 잘라 말 못 해” #이철희 “한민구 윗선 있었을 것” #한민구 측 “실행 계획 아니었다”

다음달 10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특별수사단 조사의 핵심은 기무사 문건이다. 기무사 문건은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지난 6일 폭로한 ‘기무사의 전시 계엄 및 합수 업무 수행방안’이다. 이 문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군 당국은 위수령과 계엄령 시행을 검토하고 그에 대한 계획을 짰다고 한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앞두고 소요사태가 일어날 상황을 대비했다는 것이었다. 특별수사단이 풀어야 할 의혹을 짚어봤다.

◆누가 지시했나=이 의원은 “기무사 문건은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됐다”며 “그 윗선에도 보고됐을 거라 본다”고 주장했다. 계엄령은 대통령만이 선포할 수 있다. 당시 박 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됐기 때문에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고 있었다. 이 의원은 “기무사 문건에 군부대 동원 계획이 나오는데, 이는 사실 기무사가 작성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 일각에서 김관진 전 안보실장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한 전 장관 측은 불순한 목적을 갖고 만든 문건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한 전 장관의 측근은 “한 전 장관이 위수령과 계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여겨 기무사의 보고를 받았다”며 “실행 계획은 전혀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도 “지난해 3월 한 전 장관이 기무사로부터 문건을 보고받은 뒤 ‘알았다’고만 하고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논의가 더 나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2016년 11월에서 2017년 2월까지 세 차례 국방부와 합참에 위수령 폐기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측은 “이 의원이 몇 차례 위수령을 질의하자 기무사가 법률과 군사적 문제를 검토하면서 작성한 문건”이라며 “기무사는 국방부 장관에게 정책에 참고할 자료도 보고한다”고 해명했다.

◆내란 꾸미려 했나=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무사 문건에 대해 “국민을 가상의 적으로 설정하고 위수령 발동, 계엄령 절차, 군 병력 이동까지 계획한 것은 헌법상 내란음모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실질적으로 거의 내란 예비·음모에 가까운 행위”라고 규정했다. 군 당국이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될 때 국민 반발을 제압하기 위해 군 병력을 동원하고, 경찰권과 검찰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는 형법의 내란 예비·음모죄와 군 형법의 군사반란 예비·음모죄에 해당한다. 당시 군 병력의 동원과 배치를 지시할 수 있는 김 전 실장과 한 전 장관이 연루된 의혹이 있기 때문에 쿠데타 모의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직 군 인사들은 정치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는 있어도 법적 처벌은 어렵다는 견해를 보였다. 군은 위수령과 계엄을 실행하는 기관인 만큼 군이 비상사태를 상정해 세운 계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무사 문건에서 병력 동원은 ‘과격 시위대의 경찰서 난입 및 무기 탈취’로 한정돼 있다.

◆보고 늦췄나=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의 존재를 안 것은 지난 3월이었다. 그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보고를 직접 받았다. 그런데 최근 문건이 공개되기 전까지 4달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 이를 놓고 송 장관이 문건의 존재를 알고도 청와대 보고나 관련 조사를 뭉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6·13 지방선거 이전에 문건을 공개하면 ‘국방부가 여당 선거를 돕는다’고 비칠까 우려했다”며 “청와대에 문건은 보고했고, 자체적으로 문건의 위법성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날 “청와대 보고 여부는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사실 관계에서 회색지대와 같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기무사 문건을 전달받은 시점에 대해서도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군의 한 소식통은 “기무사는 지난 3월 청와대에 해당 문건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민간인 사찰했나=기무사는 2013년 세월호 대책단을 운영하면서 유가족의 성향을 분류하고 동향을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원고에 감시 요원까지 배치했다. 국방부가 기무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세월호 180일간의 기록’의 내용이다. 정부 소식통은 “기무사가 오해할 일은 했지만, 민간인을 직접 사찰한 게 아니라 다른 기관과 공유한 정보를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무사가 민간인 정보를 보관한 자체가 사찰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편 국방부는 기무사 등 군 조직에 속한 군인들의 정치개입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엔 상관·지휘관 또는 청와대 등 외부기관이 요구하는 ‘정치적 지시’를 거부할 수 있고, 지시자를 강력 처벌하는 조항이 담긴다. 상관 등의 정치개입 지시에 대한 하급자의 거부권이 명시되며, 이에 따른 불이익을 막는 장치도 마련된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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