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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만에 막 내린 지구촌 축제 총평-국민들 힘 모아 "완전 올림픽"치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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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려움과 걱정 속에 개막된 서울 올림피아드는 파란·이변·감동·걱정의 인간드라마를 펼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화합과 전진」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동서 한마당잔치로서 이 지구촌 스포츠 가족의 축제는 무난하게 치러졌다.
당초 서울올림픽은 꼭 7년 전인 81년 9월30일 서독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개최가 결정된 후부터 나라안 밖에서 개최 여건은 물론 심지어 주최 능력에 대해 논란이 일었었다. 남북의 대치가 첨예화된 개발도상국가에서 인류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에 대해 많은 나라들은 부정적 시각을 표시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결국서울올림픽의 역사적 의의를 높이 평가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한 1백67개국 중 1백60개국에서 1만3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함으로써 서울올림픽은 사상 최대·최고의 규모를 자랑했다.
12년만에 동서양 진영이 이데올로기의 벽을 무너뜨리고 함께 자리를 한 서울 올림픽은 완전 올림픽으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파란과 이변속출>
이 같이 완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게 된데는 하나의 결정적 외적요인이 있었다. 그것은 사회주의 맹주국인 소련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정책을 때마침 채택하게 됨에 따라 세계정세가 해빙무드를 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운 속에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LA대회를 모델케이스로 삼아 대회 개최 준비에 적절한 상업주의를 가미함으로써 성공의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의 스포츠 엘리트들이 12년만에 총 집결함에 따라 모든 경기는 관중들을 매료하기에 충분했다. 30개의 세계신기록, 2백25개의 올림픽신기록이 쏟아진 가운데 파란과 이변이 속출했으며 역전드라마가 수 없이 엮어졌다.
이 가운데 육상 남자1백m의「벤·존슨」(캐나다)-「칼·루이스」(미국)의 대결, 허들 왕 「에드윈·모지스」의 3연패 여부, 수영「매트·비온디」(미국)-「미하엘·그로스」(서독)의 다관왕 경쟁, 「엘레나·슈슈노바」(소련)-「아우렐리아·도브레」(불가리아)의 체조여왕 다툼, 테니스 「스테판·에드베리」(스웨덴)와 「슈테피·그라프」(서독)의 남녀단식 제패 여부, 농구·배구의 미소격돌, 그리고 축구의 동구와 남미세의 대결 등이 유례 드문 흥미와 관심의 황금카드로 세계의 시선을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예상이 어긋난 이변의 연속이었고 새로운 영웅들이 무수히 등장, 더욱 큰 파문과 화제를 낳았다.
한 눈이 거의 실명된 신체장애자로 경영의 2관왕이 된 헝가리의 「토마스· 다르니」안면을 4바늘이나 꿰맨 채 격렬한 레슬링에서 우승한 한명우(한국)등 감동적인 인간드라마는 수 없이 펼쳐졌다.
서울올림픽은 장엄하고 화려한 개막식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60년 로마올림픽 이래 올림픽만 8번째 취재했다는 UPI의 노 기자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표출하려는 개막식은 너무나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평했다.

<개막식 장엄·화려>
서울올림픽은 대회운영·시설 등도 발군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국제경기연맹들의 협조가 있었지만 개발도상국가로서 이 정도로 완벽한 경기운영을 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울 일이다. 물론 운영상 눈에 거슬리는 부분도 있기는 했다. 예를 들어 육상경기장 트랙에 관계없는 비전문가들이 지나치게 많아 혼잡스러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경기구경에 열중, 자기의 직분을 잊어버리는 딱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같은 흠은 원만한 대화운영이라는 큰 흐름에 비교할 때 지극히 사소한 것이다.
이 같은 완벽함 속에 옥에 티가 된 것은 권투장 난동사건과 도핑사건이다. 권투장에서의 난동은 개최 국 선수단에 의해 야기됐다는 점에서 중대문제로 발전했다.
그러나 복싱장 사건은 한미간의 불편한 관계라는 묘한 방향으로 흘렀다. 급기야 대회기간 중 반미감정이 팽배해지는 등 바람직스럽지 못한 부작용을 낳았다. 이는 미국 내 중계권을 가진 NBC방송이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편향적인 방향으로 흐르자 급기야 미국에 대한 감정이 악화된 것이다.
심지어 관중들은 미소대결에서도 소련을 응원하는 등 미국에 대한 역작용이 일어났다. 이와 함께 약물복용은 올림픽 정신에 충격을 준 최대의 스캔들로 꼽히고 있다.
불가리아 역도 금메달 리스트 2명의 약물복용이 밝혀져 자격이 박탈되면서 파문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벤·존슨」의 약물복용 사실이 발각되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벤· 존슨」은 부랴부랴 출국했고 그의 메달이 박달 됨은 물론 세계 신 기록마저 취소되었다.
이 같은 오점이 있었지만 서울올림픽은 올림픽운동의 본래취지인 명실상부한 지구촌 가족의 한마당 잔치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음은 틀림없다.
모스크바 및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정치적 이유로 반폭 올림픽이 됨으로써 근대 올림픽운동은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로 올림픽운동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셈이다.
또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를 통한 지구촌 가족의 화합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활성화되었다. 한국의 앞에 두텁고 높은 .장벽을 쌓고있던 동구권은 흐릿하던 베일을 걷고 우리의 시야에 매우 가깝게 다가왔다. 이것은 얼마나 값진 산 교육인가.
그러나 올림픽은 서울에서의 성공적인 개최에도 불구, 지나친 비대화로 앞으로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IOC헌장에는 올림픽은 1개 도시가 주관하여 치르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엄청나게 규모가 커져 종목별 지역예선을 거치는 등 출전선수 제한문제가 대두될 시점에 왔다. 또 지나친 상업화와 프로선수에의 개방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농구의 경우 전면적 프로선수 출전허용으로 아시아 등 체3세계는 더욱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됐다. 또 2백41개의 금메달(체조에서 공동1위로 4개 추가)중 소련·동독·미국 등 상위 3개국이 절반 이상을 휩쓸어간 금메달 편재현상의 재연으로 올림픽은 보편성과 세계성이 퇴색했다.

<금메달 편재 뚜렷>
상위 10개국 중 동구권이 5개국이나 돼 경제적으로 이들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서유럽국가들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새로운 체육육성 책을 모색할지도 모른다. 미국은 이미 대표선수들에 대한 포상제도 실시 문제를 검토하고 있어 자칫하면 앞으로 메달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올림픽은 성공적 개최와 함께 이 같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켰다.
서울올림픽은 당초 국민적 합의 없이 유치됐으나 결국 국민들의 열화 같은 성원 속에 막을 내렸다. 그것은 한국선수단이 막판에 쏟아낸 엄청난 금메달로 더욱 축복을 받았다.
76년 캐나다가 몬트리올 올림픽을 잘 치르고도 금메달하나 못 따 국민들의 냉대 속에 결국 적자올림픽을 면치 못한 사례는 유명하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난관을 이겨냈다. 대회가 임박하자 『올림픽을 원만히 치르지 못 할 경우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져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최대의 난관으로 여겨지던 교통문제는 자동차 홀·짝수운행으로 해결되는 등 성숙된 시민 상을 과시했다. 물론 경기장이 잠실 쪽에 모여있어 어려움을 덜 수 있었지만 시민들의 협조는 다음 올림픽을 주최하는 스페인올림픽조직위원회 측으로부터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성화는 꺼졌으나 서울올림픽은 올림픽 사에 찬란하게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임에 틀림없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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