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끼리도 "정말 이겼읍니까"|이 기쁨…이 감격…밤새운 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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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월계관의 영광은 차라리 감격의 통곡이었다. 88년9월29일 오후8시42분, 여자핸드볼팀이 한국 구기사에 없던 금자탑을 세운 수원실내체육관은 감격으로 출렁였고, 손에 땀을 쥐고 TV를 지켜보던 시민들의 함성은 전국을 뒤덮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무관심의 그늘지대에서 5백일을 갈고 닦은 「지옥훈련」이 금메달로 영글던 날 선수들의 고향마을은 축제로 꼬박 밤을 밝혔다.

<경기장>
경기 종료벨이 울린 오후 8시42분, 땀으로 흠뻑 젖은 선수들이 뒤엉켜 코트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자 경기장 계단까지 가득 들어찬 1만여 관중들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함께 목이 메었다. 『잘해라 한국』 『이겨라 한국』의 함성 속에 팽팽한 접전을 벌인 숨가쁜 80분.
수원여고생 2백 여명은 징과 꽹과리를 동원, 열광적인 응원전을 펼쳤으며 관중들도 한마음으로 목이 터져라 7인의 낭자를 격려했다.
역전, 재역전의 긴장 속에게 종료 5초를 남기고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관중들은 한 목소리로 『5초·4초·3초…』를 외쳐 승리의 감격을 만끽했고 기쁨에 겨워 옆사람들의 손을 감았다.
관중석에서 한국팀의 경기를 애타게 지켜보고 있던 성경화 선수의 어머니 박순이씨(54)는 한국팀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두 손을 꼭 쥐고 안타까와하다가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자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장하다』를 계속 외쳐댔다.
감격의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코트 위의 마녀들. 관중석에서는 「와이리 좋노」와 「아리랑 목동」 등 노래가 그치지 않았으며 「손에 손잡고」를 합창하는 관중들의 목은 모드 메었다.
고병훈 감독을 얼싸안고 헹가래치는 선수들의 모습에선 지난 「고난의 세월」이 말끔히 씻겨져 있었다.

<시가지>
승리의 열기가 휩쓴 수원시내 술집·포장마차는 축배의 소리로 밤새 진동.
시민들은 저마다 『수원이 핸드볼 메카로 탄생했다』며 즐거워했다. 서울거리는 중심가조차 행인들의 발길이 뜸해진 가운데 미처 귀가하지 못한 시민들도 전파상이나 술집·역대합실 등에서 TV화면을 지켜보며 금메달 쾌거에 환호했다.
시민들은 특히 경기종료 6분을 남기고 김현미 선수가 속공에 이은 점프슛을 성공시켜 18대17로 재역전, 승기를 잡는 순간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터뜨렸으며, 20대17로 앞서 승리가 굳어질 때부터는 『으샤, 으샤』 함성으로 성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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