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ID냐 FFVD냐 한반도 비핵화냐,뉘앙스 달랐던 한미일 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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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다면 전세계가 강도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일 도쿄의 일본 외무성 이쿠라(飯倉)공관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그는 “북한에 대한 우리의 요구는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폼페이오 "내 요구가 강도? 그럼 전세계가 강도" #北 선의 강조 "김정은, 전세계와 비핵화 약속" #고노 외상은 납치에 관심 "북한과 새로운 관계" #강경화 장관도 "제재는 비핵화 할때까지 유지"

8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인사하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AP=연합뉴스]

8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인사하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AP=연합뉴스]

북한 외무성이 7일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측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론이었다.

북한 담화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폼페이오 장관은 “실제 회담장에 있었던 건 나”라며 “비핵화의 규모(의미)등에 대해 얘기했고, 북한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비핵화)는 김정은의 언어이자 약속이며,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그가 한 강력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선 “그걸 기대하고 간 게 아니라 일하러 갔다”며 “이틀간 열심히 일했고, 목적을 달성했다”고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날 3국의 외교장관들은 “비핵화가 이뤄질때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제재를 계속한다”고 합의하는 등 공조를 확인했다.

한미일 3국의 외교장관들이 8일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미일 3국의 외교장관들이 8일 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CVID냐 FFVD냐
기자회견 모두 발언에서 외교장관 세 사람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 모두 다른 표현을 썼다. 먼저 발언한
고노 다로(河野太郎)일본 외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 반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고 표현했고, 강경화 외교장관은 “완전한 비핵화”라고 했다.

회견에선 이를 둘러싼 문답도 오갔다.
^아사히 신문 기자=“미국은 최근 FFVD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CVID에 비해 부드러워진 어조인 것 같은데 한국과 미국은 앞으로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CVID를 위해 노력할 것인가.”

^고노=“나도 CVID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다. 그 때도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의 CVID라는 의미로 쓴다. 방침이 같기 때문에 사용하는 말이 달라도 거의 의미가 없다.”

^강경화=“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다. FFVD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완화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폼페이오=“차이가 없다. 단어를 가지고 따질 수 있지만 중요한 건 북한이 비핵화의 의미와 국제사회의 요구를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장관은 모두 “표현이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외교가에선 “북한과 협상 중인 미국, 북한을 가장 의심하는 일본 등 입장차에 따라 표현에도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8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차 도쿄를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를 예방했다. [AP=연합뉴스]

8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차 도쿄를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이 아베 신조 총리를 예방했다. [AP=연합뉴스]

◇선의 vs 출발점 vs 납치
장관들 사이엔 6~7일 북한에서 열린 진행된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에 대한 강조점이 달랐다.
폼페이오 장관은 ‘강도적 요구’라는 북한 외무성 표현에 대해선 “그렇다면 전세계가 강도”라고 발끈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선의를 평가했다. 강 장관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고노 외상은 일본인 납치문제에 주목했다.

^폼페이오=“이틀 동안 김영철 부위원장, 그리고 그의 팀과 선의를 가지고 생산적인 대화를 했다. 우리 앞엔 어려움과 도전이 있을 것이다. 비판가들은 우리의 업적을 축소시키려 하겠지만 평화는 우리가 노력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강경화=“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첫 발걸음이다. 앞으로 더 생산적이며 건설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이다.”

^고노=“폼페이오 장관이 납치문제를 제기해 감사하다. 일본도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기를 원한다.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

◇제제 유지엔 한 목소리

세 장관은 유엔 안보리 제재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고노="북한에 대한 체제보장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따라 비핵화 이행 시에 제공하는 것이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이행해야 한다. "

^폼페이오="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는 계속 유지될 것이다. 계속 강하게 시행할 것이다. 제재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때까지 진행된다. (협상)진전만으로 기존 제재 조치 완화를 정당화할 수 없다."

^강경화="유엔 안보리 결의안은 계속 유지키로 했다.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계속 한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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