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아웃!' 거리로 나선 양대 항공사 직원들…'No Meal' 사태 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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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 참가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39아웃''침묵하지 말자' 등의 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아시아나항공 경영진 규탄 문화제'에 참가한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39아웃''침묵하지 말자' 등의 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연 기자

'기내식 대란'이 벌어진 아시아나항공 등 금호아시아나그룹 직원들이 6일 박삼구(73) 회장 등 경영진 교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지부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아시아나항공 No Meal(노 밀)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어 회사 경영진을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행사 약 20분 전부터 삼삼오오 모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직원 200여명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가이포크스' 가면을 쓰거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했다. 가이포크스 가면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조양호 회장 일가를 규탄하는 집회에서 썼던 가면과 같은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가 바꾸자 아시아나!’ ‘승객‧직원 굶기는 갑질삼구 OUT' 등의 피켓 문구도 들었다.

기내식 대란 책임 경영진 규탄… "침묵하지 말자" 

6일 집회에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직원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김정연 기자

6일 집회에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직원 등 200여명이 참가했다. 김정연 기자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이기준(48)씨는 “기내식 사태가 일어난 다음 매일 비행편 관리자를 통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지침이 내려왔다. 손님들은 안내나 보상을 궁금해했고 시간 지나면 분노를 표출했다”며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집에 가서 울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50대 객실사무장 이모씨는 “직원들은 희망을 잃어가는 상태에서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래서 기내식 사태가 터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은 지난 1일 시작됐다. 기내식 공급업체를 바꾸는 과정에서 예정된 물량을 소화할 수 없는 중소업체가 선정된 후 사태가 확산했다. 2일에는 기내식을 납품하는 재하청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일어났다. 금호홀딩스가 16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업체를 바꾼 게 하청업체 대표의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박삼구 회장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해”라고 해명했다.

박삼구 회장 성토장 된 집회 현장 

6일 집회에서는 박삼구 회장을 성토하는 피켓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김정연 기자

6일 집회에서는 박삼구 회장을 성토하는 피켓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김정연 기자

집회에서는 박 회장 일가를 직접 겨냥한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이는 기내식 대란이 박 회장 일가를 둘러싼 논란으로 번진 상황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는 기내식 대란이 터진 1일 박 회장의 딸 세진(40)씨를 관련 경력이 없음에도 금호리조트 상무로 앉혔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박 회장은 “여성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 예쁘게 봐달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중국 출장 비행기에만 기내식이 실렸다는 ‘의전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여론은 악화됐다.

지상여객서비스부에서 일하는 김지원(34)씨는 “본인 딸을 상무에 앉히는 게 무슨 문제냐며 예쁘게 봐달라는 말 같지도 않은 언행을 했다”며 “대한민국 대기업에서 상무로 올라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대기업 입사도 어렵다. 그게 할 소리냐”고 말했다.

직원 가족들도 회장 일가 성토에 동참했다. 아시아나항공 소속 직원을 남편으로 둔 김모(44)씨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기업 오너들의 갑질이나 이런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다"며 "아시아나 문제를 바꿔야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남편은 지금 일하는 중이라 나랑 두 아들만 왔는데 남편이 잘 다녀오라고 격려해주더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직원도 동참 "물컵과 기내식이 분노 촉발"

6일 아시아나항공 집회에 동참한 대한항공 소속 직원들. 김정연 기자

6일 아시아나항공 집회에 동참한 대한항공 소속 직원들. 김정연 기자

대한항공 소속 직원 10여명도 이날 집회에 동참했다. 자신을 대한항공 기장이라고 밝힌 40대 A씨는 “동병상련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항공에서는 물컵이,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기내식이 분노를 촉발한 거다. 우리가 먼저 경험했기 때문에 힘이 되고자 나왔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시아나 기내식 협력업체 화인CS 대표의 유족 10여명도 집회에 참석했다. 동생 윤양석(44)씨는 “유족이 바라는 것은 형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고 그 죽음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 것이다”며 “잘못된 것은 밝혀내고 고쳐야 한다. 그거면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한영익·오원석·김정연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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