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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경제발전에 도움 안 된다? 올드한 모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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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IPCC 의장이 5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회성 IPCC 의장이 5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온실가스를 줄이면 경제발전이 어렵다는 건 그야말로 올드한 모델입니다. 지구온난화 대책을 수용하면 새로운 방식의 경제발전을 이루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의장은 지구의 온도를 낮추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5일 주한프랑스대사 관저에서 만난 이 의장은 올해로 30년째를 맞은 IPCC를 2015년부터 이끌고 있다. IPCC는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함께 설립한 국제기구다. 현재 195개 회원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는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을 10년 가까이 지내는 등 에너지·환경 분야의 전문가로 통한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현재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이 의장은 “지금까지 해온 식으로 경제발전을 한다면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는 우리가 감내할 수 없을 정도가 될 것”이라며 “우리들의 유일한 임무는 기후변화의 속도와 강도, 그에 따른 영향과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현실적 대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전 세계 정책결정자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 온도 상승 1.5℃로 억제”

이회성 IPCC 의장이 5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회성 IPCC 의장이 5일 주한프랑스대사관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IPCC는 작은 규모의 조직이지만,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지금까지 모두 5차례에 걸쳐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발간했는데, 95년 3차 보고서는 97년 교토의정서 채택으로 이어졌다. 2007년 4차 보고서를 발간한 뒤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2014년 5차 보고서에선 지구 온도가 2℃ 이상 증가하면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란 시나리오를 제시해 이듬해 파리협정 채택을 끌어냈다. 이 의장은 “개도국들이 기존의 방식으로 경제 발전을 한다면 시설을 짓는 순간부터 낙후된 시설이 되는 것”이라며 “다른 국가들은 ‘제로카본’에 기반한 경제발전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제48차 IPCC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100년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로 억제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방안과 1.5℃ 상승에 따른 자연·사회·경제적 영향 등이 보고서에 담긴다.

앞서 국제사회는 파리협약에서 ‘지구 온도 상승을 2℃ 아래에 머물게 하고,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이 의장은 “파리협약의 목표인 2℃를 달성하려고 해도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0)가 돼야 한다”며 “2℃ 이하로 지구 온도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탄소포집저장(CCS)처럼 배출된 온실가스까지 줄이는 ‘역배출’(Negative emissio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IPCC는 현재 한국 기상청 등 각국 정부에 보고서 요약본을 전달하고 이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받고 있다. 이 의장은 “지구온난화 대책이 경제발전 전략과 정확히 맞물려 있다는 것을 보고서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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