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안만나는 아베…지금 중요한 건 '총재선거'

중앙일보

입력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지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폼페이오 오는 7,8일 가고시마에 #총재선거 앞두고 지방행보 적극 #2012년 패배했던 당원표 단속에 열중

오는 7, 8일 평양 방문을 마치고 일본을 찾는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과도 만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평소라면 다른 일정을 제쳐두고라도 폼페오 장관을 만났겠지만, 지금은 더 급한 게 3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9월 총재선거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수도권 인근 사이타마(埼玉)시 한 호텔에서 자민당원 3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베 총재 타운미팅’을 열었다. 직전에 국회를 통과한 ‘일하는 방식 개혁법’ 등 자신의 업적을 직접 설명하며 당원들에게 존재감을 어필했다.

일본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이에 앞서 철도박물관 개관식에도 참석해 신칸선 열차 운전 시뮬레이션을 직접 체험했다. 철도박물관 시찰도 총재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이번 총재선거의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 (石破茂) 의원이 자타공인 ‘철도 오타쿠’라는 점을 의식했다는 해석이다. 이시바 의원 측에선 “아베 총리가 철도팬들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이라며 경계심도 드러내고 있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이후 오사카(大阪), 홋카이도(北海道), 시가(滋賀)현 등을 찾는 등 지방행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일 사이타마(埼玉)현을 비롯해 7일 가고시마(鹿児島)현, 8일 미야자키(宮崎)현을 각각 찾을 예정이다. 이들 6개 지역은 모두 2012년 총재선거 때 아베 총리가 당원 투표에서 이시바 의원에게 패했던 ‘취약지역’이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당시 유세 뒤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교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당시 유세 뒤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교도=연합뉴스]

당시 선거에서 당원표 300표 가운데 이시바 의원이 165표, 아베 총리는 87표를 얻었다. 아베 총리가 당원투표에선 졌지만 국회의원들만 참여하는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의원을 눌렀기 때문에 간신히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총재선거부터는 당원표가 국회의원표와 동수인 405표로 늘어나는데다가, 결선투표에 당원표도 반영되기 때문에 아베 총리로선 당원표 단속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국회의원표는 ‘아베 1강’ 구도가 확실하지만 당원표는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다.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 문제나 장기집권으로 인한 피로감 등이 겹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내 구심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당원표를 압도적으로 끌어와야 한다는게 아베 총리의 생각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 2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프랑스 수교 1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 [UPI=연합뉴스]

아베 총리가 지난 2일 도쿄에서 열린 일본-프랑스 수교 1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 [UPI=연합뉴스]

아베 총리의 한 측근은 “총리와 지방관계자를 직접 만나게 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의 단짝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이례적으로 지방행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 5월 도치기(栃木)현에 이어 7월에는 아키타(秋田)현과 와카야마(和歌山)현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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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당에서 직책이 없는 이시바 의원은 총리보다 앞서서 지방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시바파 소속의 국회의원이 없는 미야기(宮城)현, 이와테(岩手)현 등을 돌며 지방표를 빼앗기기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니고 있다.

국회 회기가 끝나는 오는 22일 이후엔 본격적인 총재선거 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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