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일촉즉발' 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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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 이전지역인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는 27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마을 내 대추분교에 대한 국방부의 행정대집행(주민강제퇴거 및 강제철거)이 예고된 데다 군 부대 투입설까지 나돌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7일~5월 7일 사이 강제철거를 실시한다고 주민에게 통보했다. 대추분교는 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점거해 있다. 총면적 4331평에 2층 학교건물(연면적 269평) 1동과 비닐하우스 1동, 컨테이너 1개, 트랙터 8대가 있는 이곳에서 604일째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 전운 감도는 대추리=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평택범대위)와 주민들은 대추리 마을회관 2층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경계태세에 들어가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또 마을 주요 길목에 회원들을 배치해 군과 경찰의 움직임을 살피고 훼손된 시위도구를 손질하며 충돌에 대비하고 있다.

이호성 평택범대위 상황실장은 "범대위 소속 138개 시민.사회단체에 대추리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한편 언제든지 집결이 가능하도록 비상대기해 달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평택범대위 50여 명은 평택시청 앞에서 대추분교 행정대집행 규탄 집회를 연 데 이어 다음달 2일에는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확장과 행정대집행 저지 범국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 계속되는 영농 투쟁=주민들은 국방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랙터를 동원해 논갈이를 하는 등 영농투쟁을 계속했다. 또 도두리 일대 논에 '기지확장 결사반대' 깃발과 함께 흰 바탕에 파란색으로 한반도를 그려 넣은 '한반도기'를 꽂기도 했다. 이날까지 기지이전 부지 285만 평 중 170만 평에 논갈이를 하고 볍씨를 뿌렸다. 이달 초 만든 못자리에서는 모가 2~3㎝가량 자랐고 농수로에서 물을 끌어올린 주변 논에는 물이 흘렀다.

◆ 국방부 향후 대응=다음 달 초 대추분교를 철거한 뒤 미군기지 예정지에 철조망을 설치, 외곽 경비를 경찰에 맡길 방침이다.

국방부 경창호(육군 준장) 대미사업부장은 "철조망이 설치되면 보병이 경계를 서고 그 외곽에는 군과 주민 사이에 마찰이 없도록 경찰이 경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조망은 모내기가 시작되는 다음달 10일 이전에 설치할 계획이며 하루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미군기지 예정지 285만 평의 둘레는 25㎞이지만 대추리와 도두리 주민의 출입 편의성 등을 감안해 높이 1.8m의 철조망을 20㎞가량 설치할 예정이다.

김민석 기자, 평택=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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