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금42개|「올림픽중의 올림픽」육상대장정 열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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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올림픽의 메인 스테이지로서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이 집중돼있는 육상경기가 23일 여자7종 1백m허들을 신호탄으로 열띤 10일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육상은 남자 24개·여자 18개 등 모두 42개의 금메달이 걸려있어 서울올림픽 종합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슈퍼스타들이 총집결, 세기의 명승부를 펼침으로써 종반에 접어든 서울올림픽의 열기를 절정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육상의 전통 강호인 미국·소련·동독 등3강에다 지난해 프리올림픽으로 열렸던 87세계선수권을 계기로 남자 중·장거리의 강호로 아프리카가 가세, 이벤트마다 예측을 불허하는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됐다.
우선 전 세계의 초미(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는 라이벌전은 24일 오후 1시반에 벌어지는「칼·루이스」와「벤·존슨」의 남자 1백m 대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를 결정짓는 두 숙적의 대결은 두 선수 모두 기량이나 기록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완숙의 경지에 달해 2백37개 올림픽 전 종목 중 최고의 이벤트로 꼽히고 있다.
LA올림픽 4관왕을 이룩한「루이스」는「육상의 천재」라고 불릴 만큼 탁월한 순발력과 스피드·체력을 모두 갖춘 미국 육상의 자존심격으로 골인지점 40m전에서부터 승부를 거는 후반 스피드형.
이에 맞서는 세계최고기록(9초83) 보유자「존슨」은 제트기의 출발을 연상케 하는 제트스타트를 주무기로 하고 있으며 레이스 초반에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는 초반승부형으로「루이스」와는 대조적이다.
이 두 선수가 처음 대결한 것은 80년 팬암대회로 이때부터 LA올림픽을 포함한 5년 동안 「루이스」가 7연승을 거두며 일방적인 우위를 점해왔으나 근력(근력) 강화를 위한 특수트레이닝과 독특한 스타트를 개발한「존슨」이 86년 시즌부터 전세를 뒤집었다.
산호세 육상대회에서 승리를 거둔「존슨」은 87년 5월 세빌리아대회까지 4차례 맞대결을 모두 승리했으며 특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87로마세계선수권에서 9초83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며「루이스」에 5연승을 거둬 제1인자의 자리를 굳히는 듯했다.
그러나「존슨」은 금년 초 실내육상 세계최고기록 수립 후 왼쪽 다리부상으로 줄곧 고전, 한달 전 취리히에서 열린「루이스」와의 대결에서 0.07초차로 패하는 등 아직까지 완벽한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하고있어 다소 불안한 상태.
연도별 기록추이로 보면「존슨」이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반면「루이스」는 안정된 힘을 발휘하고 있으며 통산전적에서는 15전9승6패로「루이스」가 우위를 지키고 있다.
따라서 24일의 레이스는 1백%의 힘을 언제라도 발휘할 수 있는「루이스」에 대해 과연 「존슨」이 1백%의 힘을 분출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남자1백m 못지 않게 관심을 끄는 종목은 남자4백m 허들.「허들의 황제」로 불리며 12년간 세계 육상 허들계를 지배해온 33세의 노장 미국의「에드윈·모지스」와 신진세력의 기수 「하랄트·슈미트」(서독) 「안드레·필립스」가 3파전을 벌일 4백m 허들은「모지스」가 과연 연령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여부가 최대 주목거리.
첫번째 국제대회인 76년 몬트리올올림픽 4백m 허들에 출전, 세계신기록으로 우승, 충격적인 데뷔를 했던「모지스」는 그후 12년 동안 올림픽우승 2회, 세계선수권우승 2회 등 각종국제대회결승에서 1백7연승을 거둔 신화적인 존재로 세번째 올림픽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2m60㎝의 긴 보폭으로 허들과 허들사이의 35m를 단지 13걸음으로 주파해 내는 것이 그의 최대장점.
남자트랙경기 중 빼놓을 수 없는 명승부전은 8백m와 1천5백m. 이 두 종목은 다른 종목에 비해 슈퍼스타들이 가장 많아 초반부터 불꽃이 튈 전망이며 특히 유럽세와 아프리카세의 패권다툼이 흥미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아프리카세를 대표하는 선두주자로는「사막의 여우」라는 닉네임과 함께 중·장거리의 최고봉으로 군림해온 모로코의「사이드·아우이타」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 일약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소말리아의「압디·빌레」가 두 종목에 출전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는 유럽세로는「아우이타」를 끈질기게 위협하고있는 LA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영국의「스티브·크램」과 브라질의「조아큄·크루스」가 출전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는「아우이타」와「크램」. 「아우이타」는 1천5백m와 5천m등 2개 종목 세게 최고기록보유자일뿐 아니라 5천m의 경우는 79년이래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을 만큼 난공불락의 아성을 쌓고있다.
「아우이타」의 아성에 도전하는「크램」은 파워가 뛰어나며 2개월 전 브뤼셀 국제대회 1천5백m에서 올 시즌 최고기록(3분30초95)을 마크하며 우승, 전통적인 중장거리 강국인 영국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한편 남자필드경기에서는 세계최고기록을 번갈아 가며 경신해온 스웨덴의 영웅「파트리크·시외베리」와 소련의「이고르·파클린」이 맞붙는 높이뛰기도 백미중의 하나.
또「칼·루이스」와 두 번째로 국제무대에서 맞붙게되는 소련의「로베르트·엠미얀」이 출전하는 멀리뛰기와 소련육상의 간판스타「세르게이·붑카」의 장대높이뛰기,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하는 영국의「데일리·톰슨」과 동독의 철인「토르스텐·포스」가 맞붙는 10종 경기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라이벌전이다.
「붑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6m이상을 넘는 선수로 85년 인간의 한계로 여겨왔던 6m벽을 깨뜨린 이후 지금까지 모두 9차례에 걸쳐 세계최고기록을 경신해오고 있으며 자신이 한달전 수립한 세계최고기록(6m6㎝)을 이번 대회에서 경신할 수 있느냐는 것도 관심사다.18개의 금메달을 놓고 99개국 6백18명의 여성들이 기량을 겨루는 여자육상 역시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있다. 여자부문의 최고 하이라이트 또한 1백m와 2백m등 단거리.
1백m에는 세계최고기록(10초49) 보유자인 미국의「플로런스·그리피스·조이너」와 전 세계기록(10초74) 보유자이며 LA금메달리스트인「애시포드」의 미국세와 87세계선수권1위인「질케·글라디슈」와 다크호스「드렉슬러」로 대변되는 동독세가 치열한 패권다툼을 벌이게됐다.
최근 각종대회 기록으로 보아 두달 전 미국대표 선발전에서 10초49라는 경이적인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한「그리피스」와 안정된 기량을 바탕으로 파워 있는 레이스를 펼치는「글라디슈」가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애시포드」나 「드렉슬러」등 슈퍼우먼 4명이 한꺼번에 맞닥뜨린 적은 한번도 없어 레이스결과는 예측불허.
단거리 못지 않게 슈퍼우먼들이 접전을 벌일 종목은 1천5백m와 3천m.
l천5백m에는 루마니아가 자랑하는 여자육상 간판스타「파울라·이반」과「마리치카·푸이카」가 올림픽 첫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데다 영원한 숙적 미국의「메리·데커」와 소련의 「타티아나·사몰렌코」가 여기에 가세, 준결승부터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그러나「푸이카」는 38세의 고령이고「데커」역시 부상으로 근2년 동안 휴식상태였던 점을 감안하면 20대의「이반」과「사몰렌코」가 유력한 메달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또 3천m에서는 이들 4명 외에 마라톤과 5천m 세계최고기록 보유자인「크리스티안센」 (노르웨이)이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어 이들 5명의 슈퍼스타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3천m 레이스는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한편 서울올림픽 파이널 이벤트로 벌어지는 남자 마라톤 역시 세계인의 관심이 쏠려있는 빅 이벤트.
86년 이후 세계마라톤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일본세와 아프리카세가 총 출전, 42.195㎞에서 월계관을 향한 숨가쁜 레이스를 펼치게 됐다.
아프리카세의 기수는 올해 4월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7분7초로 역주, 역대 세계랭킹 2위에 올라있는 지부티의「아메드·살레」(32). 월드컵 2연패, 파리·시카고 마라톤 등 15회 국제대회 출전에 5회 우승을 차지한「살레」는 특히 지난해 4월 서울 올림픽코스에서 벌어진 월드컵 대회에서 2시간10분55초로 우승하는 등 실제코스에도 익숙해 있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아프리카세에 대항하는 일본은「나카야마」「세코」「신타쿠」 등 베스트멤버 3명을 총 투입시키고 있으며 이중「나카야마」는 86아시안게임 때 혹서의 날씨에도 2시간8분21초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 최근 9번의 레이스에서 4번을 8분대에 주파하는 저력을 보유, 「살레」의 최대 라이벌로 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육상종목 등 가장 의외성이 많은 종목이 마라톤이고 보면 세계 랭킹 9위의「로블레·자마」(지부티)나 88보스턴마라톤우승의「이브라힘·후세인」, 87세계선수권 1위「와키후루」(이상케냐) 등에서 월계관을 차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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