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 할때도 비닐에 핸드폰 담아 소지’ 김지은씨의 ‘수행비서 매뉴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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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할 때도 휴대전화는 투명비닐에 담아서 소지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左)ㆍ공보비서 김지은씨(右). [중앙포토ㆍJTBC]

안희정 전 충남지사(左)ㆍ공보비서 김지은씨(右). [중앙포토ㆍJTBC]

검찰에 따르면 고소인 김지은(33)씨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할 때 24시간 휴대폰을 소지해야 했다. 목욕할 때도 비닐봉지에 휴대폰을 가져가야만 했다. 수행비서의 가방엔 도지사의 담배와 라이터, 명함, 필기구 등은 지니고 로션, 물티슈, 빗도 모두 가방에 넣고 다녀야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은 모두 ‘업무매뉴얼’에 포함된 내용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조병구)의 심리로 지난 2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안 전 지사의 1차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차기 대권 주자라는 막강한 권력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를 이용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강조하면서 “술과 담배 심부름을 빌미로 늦은 밤 피해자를 불러들여 성폭행했다”고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특히 검찰은 김 전 비서의 지위에 대해 “대선 캠프에서 김 전 비서의 업무는 노예로 불릴 정도였다”면서 “(안 전 지사를) 수행할 때 거슬리게 해서도 안 되는 수직적인 업무환경에 놓였다”고 두 사람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은 “위력의 의미는 추상적인 개념”이라면서 “차기 대선후보라는 지위 자체가 위력이 될 수는 없다. 유력 인사 아래 여성직원은 전부 잠재적 피해자로 봐야 하느냐”고 변론했다. 이어 담배와 술 등 기호식품 심부름을 이용해 성폭행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비서의 업무가 개인 심부름으로 이어진다고 해서 성관계로 이어진다는 것은 비약”이라며 “위력이란 무엇인지, 강제성이 있었는지부터 입증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난달 15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공소장에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를 수행할 때 안 전 지사의 기분을 절대 거스르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안 전 지사 지시를 거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업무 환경이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4번에 걸쳐 김씨와 성관계를 시도할 때마다 김씨에게 ‘담배’·‘맥주’ 등 기호식품을 언급하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 자신이 있는 곳으로 불러들였다는 점을 안 전 지사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의 추행’과 ‘강제 추행’ 혐의 근거로 제시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김씨는 이 메시지를 하루에도 수십번씩 떨어지는 ‘메시지 지시’ 가운데 하나로 받아들였고, 성폭행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또 안 전 지사 퇴근 후 안 전 지사의 업무용 휴대전화로 걸려오는 전화를 김씨 휴대폰으로 착신해 놓는 등 김씨가 안 전 지사 수행 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조사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매체에 따르면 검찰은 ‘김씨가 안 전 지사와 관련한 각종 공적, 사적인 일을 평일, 공휴일, 주·야간 불문하고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안 전 지사가 짧은 단어로 된 메시지를 보냈을 때도 김씨는 즉시 안 전 지사 의중을 파악해 요구를 충족시켜야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성관계 시도 당시에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발언이 김씨가 할 수 있는 거절 의사의 전부였다. 게 검찰 측 판단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지금까지 안 전 지사 측은 “추행 사실은 없고, 업무 지시 등은 민주적으로 이뤄졌다. 성관계도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2월 25일까지 김 전 비서를 상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4회, 강제추행 5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를 저지른 혐의로 올해 4월 11일 불구속기소 됐다.

재판부는 이날을 시작으로 16일까지 총 7회의 집중심리를 거쳐 8월 전에 1심 선고를 할 방침이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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