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직원 해고 막기 위해 악조건에도 계약…기내식 공급 버거워 해”

중앙일보

입력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비행편에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뉴스1]

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관계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 화물을 싣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비행편에서 기내식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뉴스1]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임시 공급업체 '샤프도앤코'의 협력업체 대표 A씨가 숨지기 전, 항공사와 공급업체에서 요구하는 기내식을 수량에 맞춰 공급하는데 버거워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또 공급업체에 기내식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써 새 계약으로 인한 직원들의 해고 사태를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4일 A씨의 아들은 JTBC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샤프도앤코의 장소가 너무 협소했고 기물도 부족했고 식품 원자재들도 부족했던 상황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여기에 직원들 트레이닝도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물량 공급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걱정하셨다"고 덧붙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는 기존의 공급업체인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의 계약이 만료돼 지난 1일부터 유럽계 업체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내 신축 중이던 GGK공장에서 불이나 계약을 급히 변경,'샤프도앤코'와 단기 약정을 맺었다.

아시아나항공의 2차 하청업체인 셈이었던 A씨는 아시아나항공과 공급업체 간 계약 변경에 따라 자연스레 LSG에서GGK로 계약이 변경됐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갑작스레 샤프도앤코와 단기 약정을 맺으며 A씨 업체도 공급업체가 변경됐고, 최종적으로는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맺고 납품하게 됐다.

A씨 아들은 "아버지는 기존의 공급업체인 LSG의 협력업체로 있을 때는 좀 수월한 편이라고 하셨었다.하지만샤프도앤코로 변경되며 아버지는 직원들하고 함께 밤새가며 물량을 맞춰 납품했는데, 공급 물량을 동시다발적으로 준비해야 하다 보니 너무 버거워하셨고, 그것을 가장 힘들어하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요구하는 수량을 공급하기에는 모든 것들이 부족했지만, 항공사와 공급업체가 무리하게 요구했다는 것에 동의했다.

A씨 아들에 따르면 A씨는 공급업체가 바뀌면서 직원들의 일자리 해고와 새 직원 충원을 걱정했다고 한다.

A씨 아들은 "아버지는 (공급업체가 LSG에서GGK로 변경될 당시) LSG와GGK 사이에서 거취를 고민하셨다. LSG에 남을 경우 큰 문제 없이 기내식을 납품할 수 있다고 하셨다"라며 "오히려 GGK 같은 경우 새로 계약하는 조건들이 모두 악조건이었고, 공장에 불도 났고 여러가지로 안 좋은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아버지가 GGK를 선택하신 이유는, LSG에 남을 경우 150명의 직원을 부득이하게 해고해야 한다고 하셨었다. 직원들을 차마 버릴 수가 없어서 아버지는 스스로 모든 인원을 데리고 GGK로 가겠다고 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GGK로 갈 경우에도 문제였다. GGK에서 요구하는 인원은 250명가량이었다. 이 가운데 LSG에서 이동할 수 인원은 150명이었고, 결국 나머지 100명을 짧은 시일 안에 추가 모집해서 트레이닝시켰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에 부담을 가지셨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아버지 일과 회사는 상관없다는 회사 측 입장에 대해 "(회사 측은) 직접적인 영향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거겠지만, 저는 간접적인 영향은 분명히 미쳤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A씨 아들에 따르면 A씨는 사람끼리 화합하고 지내자는 뜻으로 회사 이름을 화인CS로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으며 직원들을 걱정했다고 A씨 아들은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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