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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마르, 축구는 MVP급 연기는 오스카상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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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브라질 네이마르가 3일 멕시코와 16강전 후반 26분 오른발목을 밟힌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주심은 네이마르를 밟은 멕시코 니겔 라윤에게 옐로카드를 주지 않고 경기를 속행했다. [EPA=연합뉴스]

브라질 네이마르가 3일 멕시코와 16강전 후반 26분 오른발목을 밟힌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주심은 네이마르를 밟은 멕시코 니겔 라윤에게 옐로카드를 주지 않고 경기를 속행했다. [EPA=연합뉴스]

“악어에 물려 팔다리를 잃은 줄 알았다.”(영국 BBC 해설위원 맥나마라)

멕시코전 1골·1도움, 브라질 2-0승 #후반 발 밟힌 뒤 엄살 논란 휩싸여 #“아픈 척한 것”“진짜 아플 것” 갈려 #4경기서 반칙 23번 당해, 대회 최다

‘양 팀 최저 평점, 4.76점’.(BBC)

네이마르(26·파리생제르맹)가 브라질을 2018 러시아 월드컵 8강에 올려놓고도 ‘엄살 논란’으로 비판에 휩싸였다.

네이마르는 3일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컵 16강전에서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고, 브라질은 멕시코를 2-0으로 꺾었다. 네이마르는 후반 6분 윌리안의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 슬라이딩 슛으로 골로 연결했다. 후반 43분엔 침투 패스로피르미누의 추가골을 도왔다. 월드컵 7회 연속 8강에 오른 브라질은 벨기에와 준결승행을 다툰다.

멕시코와 16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네이마르. [AP=연합뉴스]

멕시코와 16강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네이마르. [AP=연합뉴스]

이처럼 맹활약했지만, 네이마르는 후반 26분 멕시코 벤치 부근에서 오른발목을 밟힌 뒤 고통스러워했던 장면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멕시코 미겔 라윤은 네이마르의 발을 고의로 밟았다. 경기는 3분가량 지연됐다. 주심은 경고 없이 경기를 속행했다. 네이마르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어나 다시 경기에 임했다.

경기 후 네이마르의 액션이 과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은 “불행하게도 한 선수 때문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아이들이 보고 있는데 연기를 해서는 안 됐다”며 네이마르를 향해 “축구의 수치”라고 저격했다.

멕시코 라윤(오른쪽)이 고의적으로 네이마를 밟았다. 라윤이 데굴데굴 구르는 네이마르를 보고 황당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멕시코 라윤(오른쪽)이 고의적으로 네이마를 밟았다. 라윤이 데굴데굴 구르는 네이마르를 보고 황당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USA투데이는 “네이마르의 ‘오스카상급(미국 아카데미상)’ 명연기로 소셜미디어(SNS)가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은퇴한 영국 축구 스타 앨런 시어러는 SNS에 ‘네이마르, 그만해라. 지겹다’고 적었고, 네이마르가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8개 동작으로 분할한 합성사진 등의 패러디도 쏟아졌다. 네이마르는 “난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상대에게 밟혔다. 멕시코는 말을 많이 하다가 이제는 집으로 가게 됐다”고 항변했다.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을 조롱하는 패러디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을 조롱하는 패러디물. [인터넷 커뮤니티]

유독 네이마르가 비슷한 ‘연기’를 했던 다른 선수보다 비판을 받는 건 ‘특유의 할리우드 액션’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네이마르는 조별리그 1차전 스위스전에서 작은 신체 접촉에도 과장된 몸동작을 보였다. 2차전 코스타리카전에선 시뮬레이션 동작으로 페널티킥을 유도했지만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번복됐다.

네이마르를 옹호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라윤이 고의로 네이마르를 밟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이마르는 지난 2월 오른발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가 지난달에야 복귀했다. 그런데 이날 또다시 오른발을 밟혔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저렇게 아픈 정도는 아닐 텐데, 액션을 통해 밟혔다는 걸 어떻게든 강력하게 표현하려는 방법”이라고 해석했다.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을 조롱하는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마르가 구르는 모습을 8개의 동작으로 분할한 뒤 합성한 패러디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을 조롱하는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네이마르가 구르는 모습을 8개의 동작으로 분할한 뒤 합성한 패러디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마르는 이번 대회에서 4경기를 치른 모든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23개의 파울을 당했다. 네이마르가 현재 전 세계 축구선수 가운데 예측불허 플레이를 가장 잘하다 보니, 그를 막기 위해 상대는 레슬링 같은 파울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네이마르는 스위스전에서 10개의 파울을 당했고, 다음날 훈련 시작 15분 만에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훈련장을 떠나기도 했다. 스포츠심리학을 전공한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월드컵이란 큰 무대에서 집중견제를 받고 부담감까지 크다 보니 네이마르가 과도한 동작을 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을 조롱하는 패러디물.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마르의 시뮬레이션을 조롱하는 패러디물. [인터넷 커뮤니티]

브라질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골로 코스타리카에 2-0 진땀승을 거둔 뒤, 네이마르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조별리그 두 경기 만에 눈물을 흘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코스타리카와 경기 후 눈물을 쏟는 네이마르. [EPA=연합뉴스]

코스타리카와 경기 후 눈물을 쏟는 네이마르. [EPA=연합뉴스]

네이마르는 과거 “난 골을 터트려야 한다. 아니면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심지어 “브라질에는 11명의 선수와 2억 명의 감독이 있다”는 말까지 있는데, 2억 브라질 국민의 기대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네이마르는 지난해 8월 역대 최고 이적료인 2960억원에 바르셀로나에서 파리생제르맹으로 이적했다. 자국 에이스가 라이벌인 아르헨티나 리오넬 메시를 돕는 이인자에 그치는 걸 브라질 팬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한 게 이적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아르헨티나 메시와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이미 16강에서 탈락했다. ‘스타들의 무덤’이 된 이번 대회에서 네이마르는 살아남았다. ‘메날두(메시+호날두)’를 넘어 일인자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다. 브라질 언론은 “호날두와 메시가 하지 못한 일을 네이마르가 해냈다”고 대서특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3일 수정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은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와 맞붙어 통산 6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8강행이 무산된 뒤 좌절하는 멕시코 라윤. [EPA=연합뉴스]

8강행이 무산된 뒤 좌절하는 멕시코 라윤. [EPA=연합뉴스]

한편, 멕시코는 1994년부터 7회 연속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했다. 한국이 조별리그 3차전에서 독일을 잡아주면서 멕시코는 스웨덴에 지고도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하지만 한 경기 만에 끝났다. 일각에서 ‘저주가 아니라 과학’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논란 휩싸인 네이마르 부상 장면

엄살일 것
“악어에 물려 팔다리 잃은줄”
코너 맥나마라 BBC 해설위원
“오스카급 명연기로 SNS가 들끓고 있다”
USA투데이

실제 아팠을 것
“액션을 통해 밟혔다는걸 강력하게 어필”
이영표 KBS 해설위원
“정당하지 않게 밟혔다. 말 많은 멕시코는 집으로”
네이마르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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