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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시간표 들고 평양 가는 폼페이오, 성공땐 김정은 9월 뉴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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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

지난 5월 초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7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속 협상을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앞서 4월 1일, 5월 9일 두 차례 당일치기 방북과 달리 이번엔 평양에 머무는 시간을 기준으로 1박 2일 방북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담판에 핵 시설 완전 신고와 사찰ㆍ검증 수용 같은 ‘북한의 비핵화 단계 진입이냐, 최대한 압박과 봉쇄로 복귀냐’가 달려 있다. 후속 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면 김 위원장을 9월 유엔총회에 초청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할 수 있지만, 무산되면 비핵화 협상 자체가 궤도를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ㆍ미 "폼페이오 비핵화 로드맵 들고갈 것" #카네기재단ㆍISIS 등 전문가그룹 조언받아 #"완전한 신고ㆍ검증 합의 등 실질적 진전땐 #김정은 유엔총회 초청, 2차 정상회담 가능"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북한 지도자와 그의 팀을 만날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긍정적 변화를 위한 커다란 모멘텀이 조성됐고 우리는 추가 협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폼페이어 장관이 5~7일 평양을 방문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진전 사항들을 이행하고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7~8일 도쿄에서 한ㆍ일 지도자들과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과 후속 협상 결과를 놓고 도쿄에서 한ㆍ미ㆍ일 3국 회담을 한다는 뜻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협상에서 구체적인 핵 폐기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란 게 한ㆍ미 외교소식통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패트릭 크로닌 신안보센터아태담당 국장은 “후속 협상의 최우선 의제가 무엇이 될 것인가”란 중앙일보의 질의에 “한ㆍ미 관리들로부터 폼페이오 장관이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나, 로드맵을 이행하는 중요한 조치에 대한 합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전이 만들어진다면 미국은 김 위원장의 9월 뉴욕 유엔총회 방문과 2차 정상회담을 포함한 대북 포용 확대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태담당 선임국장

패트릭 크로닌 미국신안보센터(CNAS) 아태담당 선임국장

크로닌은 하지만 “앞으로 3~4개월 이내에 비핵화 로드맵과 일부 핵ㆍ미사일 능력 해체 조치를 합의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한 압박과 봉쇄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폐쇄 조치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해체 등이 우선순위 목록에 올라 있다.

뉴욕타임스는 폼페이오 장관이 카네기국제평화재단ㆍ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등 비확산 전문가들로부터 상세한 제안들을 받아 중앙정보국(CIA) 시절부터 구성한 측근팀에게 로드맵을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이중 카네기재단은 1단계 비핵화 조치로 ‘준비태세 감축을 포함한 동결’을 제안했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에서 핵탄두를 분리한 뒤 탄두에서 무기급 플루토늄과 농축우라늄을 든 피트(금속체)를 꺼내 폭발시킬 수 없게 해체하고, 추가 핵물질 생산도 중단하자는 제안이다.

반면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ISIS 소장은 북한의 핵무기, 핵물질 저장ㆍ생산 시설의 포괄적인 신고를 1단계로 제안했다. 서방 전문가들이 이들 비밀 시설에 방문해 이후 불능화ㆍ폐기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도 포함해서다. 북한이 핵무기 해체는 비핵화 마지막 단계까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스탠포드대지그프리드헤커 박사팀도 북ㆍ미 간의 신뢰관계 구축을 시작으로 한 6~10년 장기간 비핵화 과정에서 핵무기 해체는 마지막 단계로 상정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특사는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 비핵화 절차가 시작된다”며 “북한의 신고서 내용이 어떤지, 엄격한 검증 의정서에 합의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특사는 “북한의 신고서를 받고 현장을 사찰하기 전까진 북한이 핵시설을 은폐해 싱가포르 합의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제시한 “1년 이내 대량파괴 무기(WMD) 전면 해체”와 같은 단기 로드맵을 제시할지는 불투명하다. 볼턴 보좌관의 1년 내 해체론은 1000여기의 탄도미사일은 물론 생화학무기까지 완전 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어 물리적으로 가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아직 폼페이오 장관의 파트너가 누구인지 통보하지 않을 정도로 협상에 미온적인 상황에서 큰 성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비핵화 로드맵과 선제 조치, 북한의 제재 완화 시점 요구 등을 놓고 2차 협상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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