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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본지창간 23주년기념 특별회견 최종율 본사주필|″남북한관계 멀잖아 돌파구 열릴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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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앙일보 창간 23주년 특별회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기억으로 중앙일보가 창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올해 23주년을 맞는다니 새삼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중앙일보가 창간되던 바로 전해인 1964년 일본은 동경올림픽을 개최했는데 우리나라는 한일국교를 싸고 계엄령 선포등 정치적 소용돌이가 일어났고,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가 이루어졌지요. 그로부터 23년, 지금 세계1백60개 나라가 함께 모여 사상최대 인류화합의 축제를 열고 있으니 금석지감이 있습니다. 역사는 개척·창조되는 것이라는 가르침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중앙일보가 오늘과 같은 큰 발전을 이룬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축하를 드립니다. 중앙일보 가족과 독자 모두에게 인사 드리며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서울올림픽이 개막되어 열기를 더해가고 있읍니다만 이렇게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것을 보시니 감회가 새롭겠읍니다.
『나 자신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감회·감격이 깊고 클 것입니다.
잠실 주경기장이 1백 60개국 국기물결 속에 인종과 이념을 초월한 인류화합의 한마당이 되는 것을 보고 세계도 경탄했읍니다.
분단된 우리나라에서 12년만에 동서세계가 함께 하는 온전한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린 것은 극적인 일입니다.
「사마란치」IOC위원장도 그의 일생 중 가장 훌륭하고 성대한 올림픽을 서울에서 맞았다고 말하고 있읍니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
앞으로 열흘 남짓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이제까지 선진국이 해냈던 어느 올림픽보다 가장 훌륭한 올림픽을 한국 국민이 해냈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위대한 국민의 빛나는 승리가 될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이 세계의 선진대열에 뛰어오르는 굳건한 도약대가 될 것입니다.』
-올림픽 유치때부터 체육부장관·서울올림픽조직위원장으로, 또 올림픽개막선언을 한 대통령으로 올림픽준비에 시종 간여해 오시면서 무엇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읍니까.
『지난 주말 94년 동계올림픽이 노르웨이로 결정된 그 이튿날, 스웨덴의「구스타프」국왕을 만났지요. 그는 동계올림픽의 스웨덴유치를 위해 이번에 2년, 또 그 이전에 10년, 12년간 모든 노력을 다해 왔는데 자기 평생에 스웨덴에서 올림픽을 열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큰 실망과 충격을 느끼고 있었읍니다.
우리가 올림픽을 유치하려 할 때 안으로부터 반대도 많았지요.
4년 전 한국의 정정이 불안하다하여 IOC집행위원회가 올림픽개최지 변경을 논의했을 때가 고비였습니다. LA가 서울대신 올림픽을 치르겠다고 나서고…. 저는 곧장 IOC집행위가 열리는 로잔으로 날아가「온 한국 국민이 모든 것을 쏟아 준비해온 손실은 누가 보상하느냐」 「개최지를 변경하면 잠실 주경기장 한가운데에 IOC위원들의 큰 무덤을 만들어 서울올림픽을 죽인 사람들의 이름을 새기겠다」고 말했읍니다.
「사마란치」위원장이 그 뒤 서울에 왔을 때「나의 무덤을 보러 왔다」고 말해 함께 크게 웃은 기억이 납니다.」
-소련·중국과의 관계가 진전되고 형가리와의 상주대표부 교환설치 등 북방정책이 급진전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서울올림픽이 우리 한국과 우리 국민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십니까.
『우리 항공기가 중국대륙을 통과하고, 또 소련의 역공을 가로질러 올림픽 선수·임원·가족을 실어나르고 있읍니다.
물론 세계 각국의 여객기가 앞다투어 김포공항에 착륙하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새로운 변화를 깊이 있게 보고 슬기롭게 대응해가야 할겁니다.
서울에서 소련 예술인들의 공연을 보게되고, 근 반세기동안 관계가 단절된 중국과 경제· 문화·인적 교류의 길이 트이고 있는 것은 불과 얼마전 까지는 생각지 못했던 급진전입니다.
바르샤바 군사동맹국인 헝가리와 우리가 대사급 대표부 관계를 수립한 것은 우리가 서방세계뿐만 아니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를 포함한 세계 모든 나라와 관계를 갖는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새로운 위상을 갖는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냉전체제의 유산을 청산하고 세계적으로 고조되고 있는 개방과 화해의 새물결과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읍니다.
이를 바탕으로 4O년간 얼어붙은 남북한 관계에도 멀지 않아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봅니다.
동서세계가 서울올림픽에 다 오는데 동족인 북한만이 이「인류화합의 제전」에 오지 않는 현실, 정말 가슴 아픕니다. 그러나 북한만이 문을 닫고 극도의 폐쇄사회로 남아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올림픽은 우리의 민족자존을 드높이고 우리 국민에게 더욱 개방적이며 더욱 진취적인 기상을 고취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분야에 걸쳐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가속화하게 될 것입니다. 세계는 올림픽개막을 보고 이미 우리 국민의 높은 수준과 성숙성에 놀라와 하고 있습니다. 우리국민은 이제 세계 속에서 이룩하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을 갖습니다.』
-우리의 북방정책이 미국·일본 등 우방 서방국가들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의 관심이 공견권에 너무 쏠려 있다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구미 모든 서방국가들이 중국·소련 등 모든 사회주의국가와 외교적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분쟁의 요소를 해결하고 건설적인 관계를 증진하는 것은 세계평화와 당사국들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같은 분단국인 서독의 동방정책도 유럽의 평화뿐 아니라 양독 관계의 개선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우리가 세계 모든 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데 대해 미국을 포함한 모든 우방은 이를 확고히 지지, 성원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동북아 정세의 안정뿐 아니라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이들 국가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입니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해온 국민들이 LA대회를 거부한 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서울로 오는 것을 환영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 아니겠습니까. 또한 우리와 관계가 끊어졌던 이들이 처음 한국 땅에 대거 들어오는 것은 뉴스가 되겠지요.

<동구교류 우방도 지지>
그러나 경기가 진행되면서 수준 높은 우리 국민들은 모든 선수들의 뛰어난 기량과 아름다움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낼 것이며, 특히 오랜 우방의 젊은이들에겐 더욱 뜨거운 환호를 보낼 것입니다.』
-올림픽 개최는 국력신장의 긍정적 파급효과가 크겠지만 새로운 부담 같은 것도 있지 않겠읍니까.
올림픽이 끝난데 따른 목표의 공동화라든지, 큰 일을 끝낸 뒤의 허탈감이라고 할까.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짐과 함께 새로운 자신감과 나라장래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우리 사회 곳곳에 충만하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큰 잔치를 치른 뒤 느끼는 것과 같은 허탈감도 없지 않겠죠.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국민적 자신감과 더 높아진 민족의 자존은 우리의 발전을 가속화하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은 교육열이 높고 성취욕이 어느 국민보다 강해 현재의 상태에 머무르거나 만족하지 않는 국민입니다.
우리 국민은 그야말로 무에서 오늘의「경제 기적」을, 그리고 벼랑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서「민주정치의 기적」을 이루어냈지요.
선진국이 치른 어떤 올림픽보다 훌륭한 올림픽을 치른 국민의 힘이 갈라질 이유도 없고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나는 모든 우리 국민, 여야, 각계각층 지도자와 협력하여 올림픽 성공으로 커진 민족역량을 민주주의와 선진국, 그리고 평화적 통일을 앞당기는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올림픽 이후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고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도 없지 않습니다만 올림픽 이후를 어떻게 대처하시겠읍니까.
『먼저 우리 모두가 올림픽 후에 대해서 불안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작년 6월 이후 1년간 우리의 민주주의는 4O년 파란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읍니다.
올림픽으로 더 큰 자신감과 성숙한 역량을 갖게될 우리 국민은 안정의 바탕 위에서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를 발전적으로 이끌 것입니다. 물론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요. 지난 4O년간 우리 사회에는 숱한 어려움과 시련이 중첩되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민주발전의 밝은 분위기 속에 훌륭한 올림픽을 치르고 있지 않습니까.
올림픽 이후라고 하여 그 이전보다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동안 1년여 지난날 힘에 의해 억눌려온 여러 가지 문제가 한꺼번에 표출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공권력을 자제하고 국민의 자생력을 키우면서 근본적 해결의 바탕을 다지는데 노력해 왔읍니다.
이제 전환기는 끝나고 있습니다.
법과 질서가 확립되는 안정의 바탕 위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이제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는 제멋대로 하는 방송이 아니라 각자가 사회적으로 합의된 룰을 지키면서 자율·자유를 향유하는 것입니다. 그 최소한의 룰이 법과 질서입니다.
나는 진정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온 국민과 함께 이를 확립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모습으로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길로 확고하게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폭력이나 계급혁명으로 전복하려는 행동은 더 이상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동안 불가피하게 올림픽 안전에 집중되었던 치안력은 민생치안으로 돌려져 국민의 불안 없는 일상생활을 보장할 것입니다.
작년이후 격화되어온 노사분규의 모습도 달라져야 합니다. 정부는 노사 그 어느편에 치우침이 없이 공정한 조정자의 위치에 설 것입니다. 노사 어느 편도 법을 떠난 억압이나 집단행동으로 주장을 관철시킬 수 없으며, 법과 규칙을 어기는 행동은 규제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북학생회담 주장으로 사회가 소연했읍니다만, 과격한 젊은층의 주장을 대담하게 수용할 방안은 없겠읍니까.
『나는 젊은 세대의 진취적인 이상과 순수한 통일에의 열정은 과감히 수용해 나갈 것입니다.

<젊은이 열정 적극수용>
나는 남북의 대학생들이 각각 백두산과 한라산으로 남북을 종주하여 조국순례 대행진을 한다든지, 남북학생체육대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측에 이러한 교류의 실현을 위한 회담을 제의해 놓고 있읍니다.
북한은 아직 이러한 교류는 거부하면서「학생회담」만을 선동해 왔읍니다.
북한의 각종 자료도 있는 그대로보고 북한사회의 실상을 바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나는 앞으로 북방정책이 진전될 경우 우리의 젊은이들이 광대한 중국대륙이나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을 자유로이 방문하여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무엇인지 스스로의 눈으로 보고 판단하도록 적극 권장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순수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북한의 선전·선동만을 교조로 삼아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폭력혁명가가 되어 폭력전복 활동을 자행하는 것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비록 극소수이나 이런 젊은이들은 부모와 교수, 사회 각계의 선배들이 바로 잡아주어야 하며, 이러한 모든 노력도 미치지 않을 경우 법으로 다스려질 수밖에 없읍니다.』
-좌·우익 대립이 점점 첨예화 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나는 우리 해방직후처럼 좌·우익의 양분법적 대립으로 우리 사회를 보는 시각 자체는 잘못된 것으로 봅니다. 우리 사회가 급속히 산업화·도시화·복합화 함에 따라, 그리고 민주주의가 진전됨에 따라 국민의 사조가 다양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추세입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자유와 다양성을 삶의 방식으로 하는 민주주의 질서 자체를 폭력혁명으로 뒤집겠다는 극좌 혁명세력입니다. 이들의 숫자는 극소수이며 대다수 국민이 이들을 받아들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유지, 발전시키는데 뜻을 같이하고 있는 한 다양한 의견은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나갈 일이며 좌·우익의 대립으로 인식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소신입니다.』
-여소야대 국회를 경험해본 소감은 어떻습니까.
이런 구도에서 정상적인 국적운영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야당과의 새로운 관계정립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3김씨를 직접 만나보고 받은 인상은.
『지적하신대로 여소야대의 국회는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롭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현상이 과거대립과 적대관계, 탄압과 저항으로 일관해온 여야관계를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책임을 나누어 가지는 관계로 정치를 바꾸어가고 있읍니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이며, 민주정치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 야당의 총재들과 자주 자리를 함께 하고 격의 없이 의견을 나누어 왔읍니다.
그 결과 올림픽의 성공, 통일과 외교문제 등 국가적 이익에 공동 대처함은 물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좌경세력에 대한 우려와 올림픽 이후 정국의 안정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읍니다.
이제 국민 어느 계층도 불안을 원하지 않으며 혼란과 덧없는 정쟁을 지지하는 국민은 없다고 봅니다.
어느 정당도 이러한 국민의 바람에 등을 돌릴 수 없는 것 아닙니까.』
-5공 비리와 관련, 이제 단절할 것은 단절하고 치죄할 것은 해야할 때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읍니다.
대통령께서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전두환 전대통령이 그 자신 올림픽 개막식에 나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끝내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은데 대해 나 자신과 국민들은 물론 외국의 올림픽 가족들도 착잡한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과거에 얽매여 내일을 향한 전진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나는 이 문제가 국회 특위활동을 통해 올해 안에는 매듭지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야당 총재들과 만나본 결과 야당도 모두 정치적인 보복에는 반대하는 입장에 일치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지난 선거에서도 확인된 국민의 합의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선에서 슬기롭게 매듭지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올림픽 후 정부·여당의 진용개편 얘기가 나오고 있읍니다. 사람을 쓸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어느 시대나 공인의 첫번째 덕목은 청렴성과 국민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공무집행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스스로의 양심 앞에 부끄러움이 없는 정직한 사람, 국민에게 봉사할 정열과 소신을 가진 사람을 찾아 쓰고, 임용한 뒤엔 그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주고 묻는 원칙을 지켜나갈 생각입니다.』
-대통령선거 공약인 중간평가는 언제, 어떤 형식으로 받으시렵니까. 선거당시 중간평가에 실패하면 대통령직을 사퇴할 용의까지 있다고 하셨는데 헌법상 보장된 임기와 이 문제는 어떤 관계가 있읍니까.
『중간평가에 대한 구체적 시기나 방법은 아직 결정된바 없으나 국민에 대한 약속은 틀림없이 지킬 생각입니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 국민 각계의 의견을 참작하여 결정할 것입니다.
대통령선거시의 공약은 지켜야 하나 그것이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 또한 민주주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국내 정정이 정리되면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이 조성되지 않겠읍니까.대통령께서 지난 8·15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데 이어 김일성은 지난 9월 8일 반응을 표시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실현가능성은 있읍니까.
『나는 남북한관계를 개선하는데 있어서는 최고 당국자간의 직접적인 회담이 가장 효율적이며 빠른 방법이라고 믿어 왔읍니다.
나는 지난 8월 15일 북한의·김일성 주석과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만날 것을 제의했습니다. 전 민족의 절실한 장래문제를 논의하는데 있어 회담의 장소, 의제, 절차 그 어느 것도 장애요인이 될 수 없다고 말했읍니다.

<언론자유 민주화 핵심>
이에 대한 김일성 주석의 반응에는 불확실하며 모호한 점이 많습니다. 연방제국가로의 통일 등 종래와 같은 주장을 말하면서 이것이 충족되어야 회담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이러한 문제를 회담의 의제로 해야 한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파악하여 이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밝힐 것입니다.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나는 어떠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올림픽 후 정상방문외교를 계획하고 계십니까. 북방외교가 잘 되어 빠른 시일 내에 모스크바나 북경을 방문할 기회가 있겠읍니까.
『지난 9월 1일 발표한 바와 같이 금년 11월중 아시아-태평양 5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나는 정상외교의 효과에 비추어 언제 어디든 그것이 도움이 될 때엔 나 자신의 움직임에 격식의 구애를 받지 않을 생각입니다.
나는 남북관계 개선과 세계평화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이 보인다면 평양은 물론, 북경·모스크바 등 세계 어느 곳도 방문할 용의가 있읍니다만, 국가원수로서의 방문은 외교관계 수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의 방문은 예측하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요즘 신문·잡지나 TV를 어느 정도 보고 계십니까. 6·29당시 생각하고 기대해오던 언론과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언론자유간에 차이는 없읍니까.
『언론자유가 민주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은 6·29선언 당시나 지금이나 한결 같습니다. 6·29이후 언론의 보도와 비판이 아무런 제약 없이 다양해지고 자유로와져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간혹 일부 언론이 우리가 처하고 있는 냉혹한 현실을 도외시한다든지, 또는 과거의 자율적인 체질을 청산하는데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균형을 잃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어 염려스럽게 여겨질 때도 있읍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언론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가지 과제에 조화를 이루어 민주사회의 언론답게 성숙한 모습을 보이게 될 것으로 믿습니다.』
-취임 후 계속 성장의 여력을 복지에 돌리겠다고 하셨는데 국민들이 실감할만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성장둔화·물가불안·투기 등이 가속화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분배개선은 안되고 물가안정만 깨졌다는 얘기입니다. 기본인식에 수정이 불가피한것 아닙니까.
『복지정책의 성과가 실감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복지에 대한 만족은 얼마만큼을 요구하는데, 얼마만큼을 주느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현재 복지향상에 대한 노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농도 있게 기울여지고 있읍니다.
예를 들면, 새해예산에서 사회개발비를 어려운 나라살림 속에서도 일반예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25%정도를 늘려 계상했읍니다.
그런데 지금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욕구는 대단히 부풀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복지에 대한 노력을 강화해야겠지만 국민들도 이러한 문제가 하루 이틀, 단기간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임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참고 모든 계층이 함께 노력해야 할 과제 입니.』

<참고 기다린 후 결단>
-6·29선언은 대통령의 대표적인 결심입니다. 정치란 어느 의미에서 지도자가 실기하지 않고 하는 결심이 모양을 좌우합니다. 대통령 취임 후 온건하다는 이미지와 함께 결단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결심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까, 아니면 국민들이 결단해달라고 아우성 칠때를 기다리는 것입니까.
『민주정치는 과정과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합니다. 과거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던 시대의 정치문화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그 동안 일련의 상황에 대해 답답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매우 복잡·다원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회 각 부문·계층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일이 많아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 있어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불가결 합니다.
이럴 경우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린 후에 가장바람직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민주주의적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필요할 땐 시기를 잃지 않고 결단을 내릴 것입니다.』
-부인에게 생일선물로 시집 등 책을 선물하셨다는데 종종 해오던 일입니까.
『책처럼 진지하고 의미 깊은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아마 가장 아끼는 사람에게 제일 먼저 주고 싶은 것이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는 내가 가까운 사람에게 하고픈 말을 내가 나의 입으로 스스로 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담고 있읍니다.』
-따님이 며칠 전 결혼을 했습니다.
사위를 고를 때 고심하지 않았읍니까. 아직 결혼 안한 아들도 있는데 자녀들의 결혼관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제 부부가 된 두사람의 결정을 양가부모가 찬성한 것이라고 말하는게 정확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아껴주는 성실한 배우자라면 부모도 그들의 선택을 사랑으로 뒷받침 해주어야 하겠지요.』
-공개되지 않은 시간에는 주로 누구를 만나며 개인적인 교우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취임 후 정신없이 취해 본 경험이 있읍니까.
『대통령의 모든 생활은 프라이버시가 없는 공개된 생활입니다. 보도가 안되더라도 내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하는지 숨길 수도 없읍니다.
대통령으로서 각계 많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얘기를 있는 그대로 듣고자 노력합니다. 만나서 격의 없는 이야기를 들려 줄 친구들을 만나려고 애씁니다만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활입니다. 친구들과 어울려도 맡은 일과 직책 때문에 마음놓고 취할 만큼 못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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