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다리 풀린 태풍 ‘쁘라삐룬’…한반도 대신 대마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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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예상 경로.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 경로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발표한 태풍 예상 경로.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 경로가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상청 제공]

6년 만에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던 제 7호 태풍 ‘쁘라삐룬’이 점점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대마도 인근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2일 오전 9시 기준으로 태풍 쁘라삐룬은 일본 오키나와 북서쪽 120㎞ 해상에 위치하고 있고, 시속 19㎞의 이동 속도로 접근 중”이라고 2일 밝혔다.

태국어로 ‘비의 신’을 뜻하는 쁘라삐룬은 중심기압 975hPa, 최대풍속 32m/s, 강풍반경 280㎞인 소형 태풍이다.

태풍은 3일 아침에 제주도 동쪽을 거쳐, 오후에 대한해협을 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저녁 7시쯤에는 부산에 40㎞까지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2일 자정에서 3일 낮까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고, 영남권을 중심으로 3일 아침에서 저녁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태풍은 독도 인근을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겠다.

위성으로 본 태풍 쁘라삐분의 모습. [기상청 제공]

위성으로 본 태풍 쁘라삐분의 모습. [기상청 제공]

기상청은 당초 태풍이 발생한 지난달 29일 쁘라삐룬이 전남 목포를 지나 호남 서해안에 상륙한 뒤 한반도 내륙에서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1일 태풍이 경로를 동쪽으로 바꿔 남해안에 상륙한다고 예보를 수정했다. 쁘라삐룬이 2012년 태풍 ‘산바’ 이후 6년 만에 한반도 본토를 지나는 태풍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태풍이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에는 태풍 대비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기상청은 2일 태풍의 예상 경로가 조금 더 동쪽으로 이동해 대마도 인근 해상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다시 이동 경로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을 포함한 서쪽 지방은 대부분 태풍의 영향권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태풍 더딘 출발에 한반도 상륙 피해” 

태풍 쁘라삐룬의 모습 [자료: 미해양대기국(NOAA)]

태풍 쁘라삐룬의 모습 [자료: 미해양대기국(NOAA)]

태풍 쁘라삐룬의 방향이 동쪽으로 휜 가장 큰 요인은 한반도 서쪽에 자리 잡은 상층 기압골 때문이다.

유희동 기상청 예보국장은 “보통 태풍의 경로는 일본 남동쪽에 위치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태풍이 생기기 전부터 한반도 서쪽에 상층 기압골이 자리하면서 북태평양고기압에 의존하기보다는 두 세력 사이에서 경로를 형성해 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태풍의 출발이 늦어지면서 한반도에 도달하기 전에 동쪽으로 방향을 틀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강남영 기상청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은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뛰어다닐 것으로 봤는데 발이 풀려버린 것”이라며 “태풍의 초기 이동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그 사이에 흐름의 통로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유 국장은 “태풍이 지금보다 더 동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면서도 “내륙으로 직접 들어오는 상황은 피했지만, 제주도와 영남지방은 태풍 위험지역이므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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