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안방 개봉' 시대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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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를 극장에서만 개봉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극장 개봉과 함께 케이블TV, DVD, 인터넷 VOD(주문형 비디오)로 동시에 공개되는 새로운 개봉 시스템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극장 개봉 후 일정 시일이 흐른 뒤 비디오.DVD→케이블TV→VOD 순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윈도 판매 순서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매체와 영화 소비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과다.

27일 개막하는 전주영화제는 간판 상영작인 '디지털 삼인삼색 2006:여인들'을 29일 오후 2시 극장과 온라인에서 동시 상영한다. 영화제 측은 "극장 상영이 조기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아 동시간 온라인 무료 상영키로 했다"고 밝혔다. 영화제의 특별 이벤트적 성격이 짙지만, 영화제에서 온오프 동시 상영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다.

5월 11일 개봉하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버블'은 극장 개봉과 케이블 TV(CJ미디어.CGV초이스).DVD(KD미디어).VOD(KTH) 서비스를 동시에 한다. 예술영화나 독립영화 같은 '작은' 영화들의 대안적 배급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같은 개봉 방식은 국내 최초다.

'버블'은 1월 미국에서도 극장.TV.DVD 동시 개봉으로 파장을 일으켰다. 올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도 3월 영국에서 극장.TV.DVD.온라인에서 동시 개봉됐다.

또 워너브러더스 홈비디오 코리아는 국내 직배사로는 최초로 DVD 출시와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를 동시에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MBC와 디지털 콘텐트 유통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은 워너브러더스 홈비디오는 불법 복제 방지 기술 개발에 들어갔으며, 상반기 중 실험 서비스를 해 상용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IPTV.와이브로 등 뉴미디어의 등장에 따라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은 비디오.DVD 등을 잇는 강력한 차세대 부가판권 시장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와 관련, 이달 초 할리우드 6대 제작사들은 '킹콩' '브로크백 마운틴'등 자사 영화에 대한 인터넷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개봉 방식을 둘러싼 이러한 변화는 영화 소비와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극장 중심인 국내 영화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영화시장은 극장 수익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비디오.DVD 시장의 몰락으로 '극장 올인'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극장 매출이 전체 수익의 80%에 달하는 구조다.

극장 위주의 영화산업 구조는 투자제작사들이 오직 극장 흥행에만 집착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흥행안전권 기획영화의 양산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기술 발전에 따라 극장이 영화산업의 중심이 되는 전통적인 배급 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러한 변화가 한국 영화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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