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벌레」과녁 "명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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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어머니 아버지, 드디어 해냈습니다.』
올림픽개막 3일째인 19일 사격 소구경복사에서 한국에 은메달을 추가한 차영철 선수(30·88사격단)는 북받쳐 오르는 감격에 눈시울을 붉히며 말끝을 흐렸다.
차선수의 은메달은 한국 사격이 56년 멜버른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올림픽에서 처음 따낸 메달이어서 더욱 값지다.
『영철이의 은메달은 이미 예상돼 왔었습니다.』
대표팀의 배병기 감독은 차선수가 두둑한 배짱과 탁월한 심폐기능을 지닌 데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최근 꾸준한 기록향상을 보여 상위입상의 기대를 모았었다고 말한다.
더욱이 차선수의 은메달은 비 인기종목이라는 그늘아래서 묵묵히 사대를 지킨 땀의 결과. 차선수가 처음 총을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82년 사병으로 군에 임대하고서부터.
충북 청주 운호고를 졸업한 차선수는 그 이전만 해도 사격이라고는 전혀 해본 적이 없었으나 군에 입대하자마자 천부적인 소질로 1등 사수로 선발됐고 82년 제7회 육군참모총장기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남보다 늦게 사격을 시작한 차선수는 아예 제대를 포기하고 사대에 몰두, 입대 4년 만인 지난 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개인·단체전에서 2관왕에 올라 국제사격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것은 85년 11월. 지난해 9월 서울월드컵대회에서는 본선 6백점 만점을 쏘아 세계타이기록을 수립했으나 결선에서 부진, 4위로 처지는 불운을 맛보기도 했다.
사격에서 6백점 만점을 쏘는 것은 육상1백m에서 9초대에 진입하는 것만큼 힘든 것인데 지금까지 만점의 기록을 세운 것은 차선수를 포함, 전세계에 15명밖에 안 된다.
차선수의 최대 강점은 평상시 연습기록을 실전에서도 그대로 유지하는 기복 없는 경기운영.
이는 타고난 성격 탓도 있지만 남다르게 강한 승부욕이 크게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선수는 『어제 밤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잘자 컨디션조절에 큰 효과를 거두었다』며 사격선수가 된 이래 동고동락을 같이 해온 곽정훈이 본선에서 탈락해 안타깝다며 친구의 탈락을 아쉬워하기도.
차선수는 특히 서울올림픽 출전에 대비해 참선·이미지트레이닝 등을 통해 정신집중훈련을 키워왔고 격발시 스스로 호흡과 컨디션을 조절하는 「리듬사격」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한 것이 메달입상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차일원씨(63)는 목수 일을 하면서 월 20여만원의 수입으로 3남1녀를 두고 있으며 차선수는 이름난 효자. 연애 끝에 결혼한 차선수는 동갑내기 부인 전순자씨와의 사이에 1남(3세·성호)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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