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콜옵션 행사…삼바 '분식회계 논란'에 영향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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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가운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첫 감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가운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첫 감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투자 합작사인 미국의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고 29일 공시했다.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공동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49.9%(50%-1주)까지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당시 바이오 관련 사업 경험이 부족했던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바이오젠은 개발 기술과 노하우를 제공했다.

2012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85%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콜옵션 행사로 바이오젠의 지분율이 현재 5.4%에서 약 50%까지 늘어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공동 경영 체제로 전환된다. 이사회 역시 두 회사 동수로 구성된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취득과 관련해 국가별 기업결합 신고 절차에 들어간다. 콜옵션 계약은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후인 9월 28일 이전에 최종 완료된다.

콜옵션 계약이 완료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1956만7921주 중 922만6068주를 양도한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주당 5만원과 이자를 더해 9월 28일 기준 7486억원을 지급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에 따른 파생상품부채로 잡아둔 1조9335억원이 사라지게 되면서 부채 비율이 88.6%(1분기)에서 35.2%로 줄어들게 된다.

이번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논란을 논의하는 증권선물위원회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금융감독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며 공정가액으로 평가한 과정에 고의적 분식 회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의 콜옵션에 대비해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맞서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그간 주장처럼 이번에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한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이 회계 처리 변경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20일 열린 증선위에서는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2015년 회계 처리 변경뿐만 아니라 이전 연도(2012년~2014년) 회계 처리 적정성 여부도 따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만약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었다고 증선위가 판단했다면 2015년 고의로 회계처리를 바꿨다는 금감원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이번 콜옵션 행사도 증선위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게 된다.

증선위는 다음 달 4일 4차 회의를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기준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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