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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달아오른 "재즈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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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강국제재즈 페스티벌」이 13일 저녁 여의도시민공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는 공식문화예술행사로 마련된 이날 무대에는 세계재즈음악계를 주도하는 슈퍼스타들이 대거 참가, 1만여명의 청중들에게 수준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서울시와 한국재즈동우회(회장 길옥윤)가 준비한 이날 페스티벌은 국내에서는 길옥윤씨를 비롯, 야누스재즈 그룹·정성조 쿼테트·강태환 트리오·류복성·신관웅 쿼테트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모두 출연했다.
외국인연주자로는 일본의 「다카세·아키」 쿼테트 「더 웨스트 라이너스」, 미국의 「앤드류·시릴」, 영국의 「에반·파커」, 서독의 「퍼·코발트」등이 세계수준의 기량을 선보였다.
특히 일본「다카세·아키」쿼테트의 연주도중 피아니스트인 「다카세·아키」가 주먹과 팔로 건반을 마구 두드리는 등 즉흥적이면서도 정열적인 연주모습을 보여주자 모든 청중들이 일제히 환호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는 한국의 전통 음악과 재즈의 합주에 의한 동서의 만남으로 절정에 올랐다.
국내 제1의 대금연주자인 이생강씨가 이끄는 8인조 시나위합주단은 색서폰 연주자인 길옥윤, 타악기 연주자인 류복성씨와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내 청중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또 신관웅 재즈쿼테트와 박윤초씨는 재즈와 고전무용을 결합시킨 뛰어난 크로스오버로 격찬을 받았고 세계적인 사물놀이패인 김덕수패와 이선옥씨의 선무용도 함께 무대에 올라 동양적 요소 속에 감추어진 재즈적 요소를 충분히 표현해냈다는 평을 들었다.
재즈는 본래 미국에 이주한 아프리카 흑인 음악의 리듬과 유럽의 가요·팝송·교회음악이 접목되면서 19세기에 탄생한 음악장르.
기본테마만 주어지면 모든 연주자가 악보를 무시한 채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연주를 하게되므로 연주의 기쁨과 듣는 즐거움이 동시에 무한히 커질 수 있는 음악이다.
이점에서 특히 우리 나라의 판소리와 매우 가까운 음악이며 때문에 많은 재즈전문가들은 한국인들이 선천적으로 재즈에 큰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일본·미국·유럽과 소련 등 공산권국가에서 폭넓게 사랑 받고 있는 재즈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해방직후.
한국은 당시 일본과 더불어 재즈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6.25동란으로 인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러던 중 전쟁복구기를 거쳐 60년대에 접어들면서 재차 재도입기를 맞았으며 66년 길옥윤씨를 중심으로 한 재즈 동우인회가 생겨나면서 비로소 체계적인 재즈연구와 보급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길씨는 한강과 남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날의 행사에 대해『지극히 낭만적이고 현대적인 무대이며 세계정상급의 재즈페스티벌로서 손색없다』고 평했다.
그는 또『국내 대부분의 연주자들이 재즈를 연주할 능력과 의욕이 있으나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주로 노래반주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은 뒤 『방송국 등에서 별도의 연주시간을 배정하면 재즈가 짧은 시일 내에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들은 국내 재즈연주자의 수는 3천∼5천명 선이며 재즈 팬의 수도 5만∼10만명 선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또 재즈와 뿌리를 같이 하고있는 로큰롤·헤비메틀 등에 심취하고있는 청소년들이 일정단계에 이르면 재즈를 선호할 것이며 음향기기의 고급화·대중화가 이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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