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외무성 북한과 신설 …아베 주력군은 한국 아닌 북한과에 투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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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河野太郎)외상이 지난 4월부터 공언해온대로 일본 외무성에 북한 담당과가 7월 신설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핵ㆍ미사일ㆍ납치 문제 등 올들어 폭발하고 있는 북한 이슈 수요에 원할하게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9월 총재 경선 앞둔 아베 총리 북한 올인 모드 #한반도 전체 과장이 북한과장으로 이동 예정 #한국과장은 서울근무 경험있는 총무과 기획관 #"협상 치밀하게 하되 끌려가진 않는다"는 원칙 #총리관저 "납치 해결 좋지만 무리하다간 악재" #"납치 진전 어렵다는 것 알기에 신중"분석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관방장관은 “한ㆍ일간 연계를 강화하고 북한 관련 각종 과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반도 전체를 담당해왔던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산하 북동아시아(북동아)과가 북동아1과(한국 담당)과 북동아2과(북한 담당)로 쪼개진다. 현재 30여명 수준인 북동아과 전체 인원은 순차적으로 증원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0월부터 3년 가깝게 북동아과를 책임져온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과장은 북한 담당인 2과장을 맡게 된다. 한반도 담당 주력군이 한국이 아닌 북한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도쿄의 외교소식통은 “가나이 과장이 납치문제에도 깊이 관여하는 등 지금까지 북동아과의 업무는 북한 관련 업무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며 “납치문제와 북일대화가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기 때문에 당분간 북한과에 더 힘이 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보다 북한과에 더 많은 인원이 배치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한국 담당인 북동아1과장은 나가오 시게토시(長尾成敏)총무과 기획관이 맡게 될 전망이다. ‘한국 근무 경험도 있고, 한국에 애정이 큰 인물’로 통한다.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와 일본 정부 입장에선 외무성 전체 인원을 북한과에 투입하고 싶을 것”이라며 “특히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도전하는 아베 총리로선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오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9일 오전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납치문제가 키운 정치인’으로 불리는 아베 총리로선 북ㆍ미간 대화로 조성된 현재 국면이 납치문제 해결의 결정적 기회다. 하지만 북한의 동향을 살피며 적극적으로 협상하되 북한 페이스에 끌려가진 않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생각이라고 한다.

오히려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 가며 건너는’ 접근법을 쓰고 있다. 성과를 빨리 내려 서두르다 역풍을 맞으면 9월 총재 경선에서 돌이킬 수 없는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성과 없이 북한에 돈만 퍼주게 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아베 총리는 최근 “핵과 미사일,납치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없이는 국교정상화나 대북 경제지원은 없다”는 원칙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돈푼이나 흔들어대며 잔꾀를 부릴 게 아니라 과거청산부터 해야한다”(26일 조선중앙통신)는 '선 국교정상화,후 납치해결'론이 북한뿐만 아니라 일본 내부에서도 나오지만 아베 총리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중앙포토]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중앙포토]

최근 “북한에 식민지배 사과부터 해야한다. 납치 문제해결보다 국교정상화가 먼저”라는 취지의 주장을 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전 관방장관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의 교섭력을 떨어뜨리는 발언이다. 정치 대선배지만 너무나 유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외교소식통은 “총리 관저 내부엔 ‘9월 총재 경선 승리가 유력한데 무리하지 말자’는 기류가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북한이 확실한 카드를 내놓지 않는 한 북ㆍ일 정상간 단독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부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이와관련 일본 정가에선 “아베 총리가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건 2014년 스톡홀름 합의에 따른 북한의 납치자 재조사 결과 등으로 미뤄볼 때 어차피 납치문제에 새로운 진전은 어렵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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