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한 ESS 개발 사업 뛰어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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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 사업에 뛰어든다.

현대차그룹은 26일 핀란드의 에너지기업 바르질라와 재활용 배터리 ESS 개발과 글로벌 사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르질라는 핀란드의 에너지 분야 종합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 세계 177개국에서 67GW 규모의 발전 설비 용량을 구축하는 등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ESS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ESS 시스템 엔지니어링 전문업체 그린스미스 에너지를 인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과 바르질라&그린스미스 사는 26일 서울 강남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ESS 공동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바르질라' 에너지 부문 하비에르 카바다 대표,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부사장, ‘그린스미스 에너지’ 존 정(John Jung) CEO.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과 바르질라&그린스미스 사는 26일 서울 강남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ESS 공동사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바르질라' 에너지 부문 하비에르 카바다 대표,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부사장, ‘그린스미스 에너지’ 존 정(John Jung) CEO. [사진 현대차]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장치로, 가정용·산업용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자연환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지속성이 떨어지고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와 연계해 사용되는 필수 장치다.

이번에 현대차가 뛰어든 분야는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구축 사업이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 신재생 에너지 연구기관에 따르면 7~8년 정도 사용한 전기차 배터리를 용도 변경해 재활용할 경우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10년 이상 연장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는 등록된 자산이어서 회수가 수월하고, 사업화에 적합한 물량 확보가 용이하며, 신규 배터리 대비 가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배터리 재활용 ESS 시장도 주목받아왔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110만대를 넘어섰고 2025년 1100만대, 2030년에는 3000만대로 늘고, 2040년에는 6000만대로 연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이 활발해지면 환경 보호는 물론 전기차 가격 인하라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배터리를 사가는 비용만큼 소비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장분석 업체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은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 10GWh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10GWh는 2만8000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kW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현대차의 코나 전기차(64kWh)를 15만5000대 이상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제철 당진공장에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차 쏘울 EV의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부사장은 “이번 협업을 통해 재활용 배터리 ESS 신시장에서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전기차 보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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