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고락 함께 한 선수를 믿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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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림픽이 임박해 옴에 따라 잠을 이룰 수가 없다.
2년 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여자하키 팀이 우승했을 때 국민들이 보내준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 국내 구기종목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찬란한 금자탑을 세우는 것뿐인데 현재로서는 너무나 벅차다.
세계에서 내노라 하는8개국이 출전, 어느 한 팀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만 우리 조에서는 특히 호주가 강적이다. 역대 대표팀끼리의 대결에서 우리는 1무4패로 단 한차례도 이겨 본적이 없으며 지난해 10월 성남구장에서 열렸던 국제대회에서 3-1로 리드하다 후반종료 전에 기습속공을 당해 4[3으로 역전 패한 악몽이 너무나도 생생하다.
서독도 만만치 않다. 지난6월 서독에서 열린 4개국 친선대회에서 호주를 꺾어 최근의 전력이 급상승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만이 약간 전력이 떨어지지만 호주·서독과는 팽팽한 접전을 벌일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본다면 물고 물리는 혼전 속에 자칫하면 결승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연일 맞붙게 되는 서독과의 첫 경기가 메달입상의 관건이 될 것이다.
호주와 마찬가지로 서독도 투톱시스팀 전략을 구사, 롱패스에 의한 기습공격이 주무기다.
서독이나 호주의 기습공격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되어 있다.
「최대의 공격이 최선의 수비」 라는 원칙 속에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정상현 (정상현) 최춘옥(최춘옥) 서효선(서효선)으로 이어지는 발빠른 링커 진으로 빠른 공수전환을 전개하고 개인기 좋은 임계숙 (임계숙) 서광미 (서광미) 진원심 (진원심) 을 앞세워 줄기찬 공격을 펼친다면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
오랫동안 몸이 불편, 연습을 제대로 못하다 최근 훈련에 합류한 서광미·진원심이 아직도 전성기의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데다 믿었던 김영숙 (김영숙) 이 연습게임 중 부상, 공격에 큰 허점이 생긴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러나 7년 동안 고락을 함께 한 우리선수들은 그 뜨거운 여름 남한산성의 가파른 산길을 수없이 올랐던 지옥훈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으며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알고있다.
「생즉사, 사즉생」-.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금메달의 영광을 안고야 말겠다는 각오아래 똘똘 뭉쳐 있다.
여자하키 박영명
약력
▲1949년10월17일 서울용산구 후암동에서 출생 ▲균명 중고→경희대 →숭문중 감독(76년) ▲국가대표감독(81년), 제2회 대륙간컵대회(85년 아르헨티나)3위, 제10회 아시안게임(86년 서울)금, US클래식대회 (86년 미국)1위, 챔피언 트로피 대회 (87년 네덜란드) 3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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