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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나카소네 전 일본 총리 “흉금 터놓을 친구 잃었다” 조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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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故)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에는 장례 사흘째인 25일에도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찾아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정세균·고건·김황식·안철수 등 조문 #훈장 반대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와

이날 빈소를 찾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고인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보다 국가와 국민을 먼저 생각한 분”이라며 “고인께서 항상 말씀하신 대화와 타협, 화합과 통합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산업화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분으로, 한국 정치의 원로로서 좋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타계하셔서 애석하다”고 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국 현대사에 큰 굴곡의 역사를 만든 분의 가시는 길을 애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가 JP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한 데 대해선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2004년 자민련의 총선 참패로 JP가 정계 은퇴를 했을 때 당시 자민련 소속으로 당선된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은 “현대사의 큰 별이 졌다”며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인간적인 매력이 넘치는 분이었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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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심재철·정갑윤 자유한국당, 김관영·오신환·주승용 바른미래당, 정동영·천정배 평화당 의원 등도 문상 행렬에 동참했다.

정부 측에선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서훈 국정원장 등이 찾아 조의를 표했다. 피 처장은 조문 뒤 기자들에게 “6·25전쟁 참전용사이시고 무공훈장 수훈자이시기 때문에 국가보훈처에서 합당한 예우를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식·고건·김황식·정홍원·황교안 등 전직 국무총리도 빈소를 찾았다. 황 전 총리는 이날 빈소를 나서면서 “정계에서 은퇴하신 뒤에도 후속 정부에 관심 갖고 말씀 주신 것들이 많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는 조문을 마친 뒤 “(노 전 대통령께서) 병석에 오래 계시기 때문에 직접 조문하지 못하셨다. (나 대신) 깊은 애도와 존경의 뜻을 표하고 오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전 전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 스님,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등 종교계 인사의 발길도 이어졌다. 가수 이선희씨, 방송인 이상용씨, 배우 최란씨 등 문화계 인사들도 조용히 문상을 하고 돌아갔다. 언론계에선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과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윤세영 전 SBS 회장 등이 방문해 고인을 애도했다.

주한 외국 대사로는 전날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에 이어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가 빈소를 방문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조문 뒤 “JP의 업적을 생각해서 이제부터 한·일 관계를 확실히 발전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김진봉 운정재단 이사장에게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100) 전 총리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관방장관의 조의문을 직접 전달했다.

평소 JP와 친분이 두터웠던 나카소네 전 총리는 조의문을 통해 “흉금을 터놓고 기탄 없는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친구를 잃은 것은 참으로 슬프고 외롭기 그지없다”고 했다. 199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의 뜻을 표명한 ‘고노 담화’로 우리에게 친숙한 고노 전 장관은 “재작년 5월 자택에 방문했을 때 비록 휠체어에 앉아 있었지만 무척 건강하신 모습으로 ‘분발하여 다시 일본에 가서 좋아하는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며 “한·일 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항상 대승적 견지에서 지도해 오신 JP의 서거에 깊은 슬픔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나카소네 전 총리의 아들인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참의원은 27일 영결식에서 나카소네 전 총리의 조사를 대독한다.

하준호·김정연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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