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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정몽구 구속 반대" 성명서 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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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경기도 지사가 25일 검찰에 소환된 정몽구 회장에 대해 구속 반대 성명을 냈다.

손 지사는 성명서에서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정 회장의 구속은 개인 문제가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같이 세계 일류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기업이 흔들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손 지사는 "요즘같은 세상에 대기업 회장을 두둔하면 욕먹기 십상이겠지만, 설사 몰매를 맞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며 "처벌은 하더라도 감옥에 넣지 말고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지사는 자신은 현대와 총수일가로부터 덕을 본 적도 없고 젊은 시절, 민주화와 정의 실현에 몸 바치며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데모를 벌이다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던, 누구보다 사회 정의와 기업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정몽구 구속 불가'를 말하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글로벌 리딩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손 지사는 "국가경쟁력과 생존과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현대기아차는 제대로 경영되도록 해야 하고 글로벌 리딩 기업의 CEO는 비즈니스를 계속하게 해야 한다"며 극단의 방식이 답은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기업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투명성을 감시하고 실현시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선진화의 길은 말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회계, 세무, 증시, 공정거래 등 관련 시스템의 정비를 통해 기업투명성을 촉진시키는 것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우리 정부가 갖추어야할 역량"이라고 말했다.

손 지사는 마지막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현대기아차도 깊이 자성하며 더욱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

<성명> "정몽구 회장, 구속은 안된다"

2006. 4. 25 손학규

정몽구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었다. 죄가 있으면 벌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 회장의 구속만은 절대 안된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기아차와 같이 세계 일류기업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우리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기업이 흔들려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 시절을 민주화와 정의의 실현에 몸을 바쳤던 사람이다. 삼성의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데모를 벌이다 무기정학을 받기도 했다. 누구보다 사회 정의와 기업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나는 현대와 총수일가로부터 덕을 본 적도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살아온 손학규가 '정몽구 구속불가'를 말하는 것은 현대기아차가 대한민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글로벌 리딩 기업이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대기업 회장을 두둔하면 욕먹기 십상이겠지만, 설사 몰매를 맞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처벌은 하더라도 감옥에 넣지말고 세계를 무대로 뛰어다닐 수 있게 해야한다.

지난 4월 10일, 나는 경기도 투지유치단장으로서 100번째 외국첨단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바로 그 100호 기업인 프랑스의 FCI가 자동차부품업체이다.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고자 지구를 6바퀴나 돌며 약 140억불의 첨단투자를 유치했지만 불과 몇 백만, 몇 천만 달러짜리 투자유치라도 쉬운 것이 없다. 그 중에 자동차부품 관련 첨단외국기업은 25개사이고 금액으로는 8억불에 달한다. FCI를 비롯한 외국의 첨단자동차부품 회사들은 바로 현대기아차가 대한민국에 있기에 이 땅으로 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나라의 미래성장동력과 직결되는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에 자동차산업의 본산인 미국에만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글로벌 리딩 기업이다. 한국을 세계 자동차 5위 국가로 만든 주력기업이다. 기업 투명성은 분명하게 확립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본때를 보이겠다는 식으로 글로벌 리딩 기업의 CEO를 감옥에 넣어야만 하는가?

이미 정의선 기아차사장과 현대기아차의 핵심간부들이 소환되는 등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이래, 현대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이 두 차례나 연기되고 슬로바키아공장의 건설 일정도 차질을 빚는 등 벌써 해외신인도가 추락하고 있다. 그리고 해외공장을 포함한 올해 수출목표와 매출액을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국내의 협력업체들은 벌써 생산차질과 부도를 걱정하고 있다.

극단의 방식은 답이 아니다. 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을 외국 경쟁기업의 표정을 떠올려 보라. 국가경쟁력과 생존과 일자리를 생각한다면, 현대기아차는 제대로 경영되도록 해야하고 글로벌 리딩 기업의 CEO는 비즈니스를 계속하게 해야한다.

그간 기업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투명성을 감시하고 실현시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점도 정부는 돌아보아야 한다. 사법적인 구속 처벌이 능사가 아니며 또한 그 시스템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진정한 선진화의 길이 아니다. 말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회계, 세무, 증시, 공정거래 등 관련 시스템의 정비를 통해 기업투명성을 촉진시키는 것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우리 정부가 갖추어야할 역량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현대기아차도 깊이 자성하며 더욱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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