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불지핀 ‘가덕도 신공항’ 논란…대구 “좌시 않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2년만에 재점화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3일 부산시장 선거에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핵심공약으로 내건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가 당선되면서다. 오 당선인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결론인) 김해신공항은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은 선거용이 아니며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에 추호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6월 신공항 입지 발표 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해 부산시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모습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6월 신공항 입지 발표 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해 부산시 관계자의 설명을 듣던 모습 [중앙포토]

오 당선인 측은 지난해 48억원(기본계획 수립)과 올해 64억원(기본설계)이 투입된 김해신공항 계획을 축소하는 대신 내년 상반기까지 가덕도 신공항 검토를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4대강 사업 때처럼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고 내년 하반기부터 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설계에 들어가면 2028년 완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영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의 오랜 갈등이 배어있는 정치적 화약고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영남권 신공항은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내렸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신공항 건설을 재차 공약했다.

TK와 PK가 각각 경남 밀양시와 부산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밀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던 지역 충돌은 2016년 6월 정부가 제3의 대안을 선택하면서 가까스로 봉합됐다. 당시 정부는 완전히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는 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보완하는 김해신공항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의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재추진, 2030 부산엑스포 북항 개최를 공약하던 모습 [중앙포토]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지난 2월 27일 부산시의회에서 부산의 동북아 해양수도 건설,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재추진, 2030 부산엑스포 북항 개최를 공약하던 모습 [중앙포토]

그러나 오 당선인측의 전세표 대변인은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남부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고, 소음문제 때문에 김해시민이 김해공항 확장(활주로 1개 신설)에 반대하고 있어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도 김해공항 확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오 당선인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오 당선인이 다시 가덕도 신공항을 들고 나오자 대구 정치권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와서 광역단체장 출마자가 다시 정부 정책을 뒤엎는 것으로 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대구공항과 K2 군 공항을 통합 이전하는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공항을 지역구로 둔 정종섭(대구 동갑)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구공항 통합 이전의 규모나 절차에 문제가 생긴다면 대구·경북의 시민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 간판. 송봉근 기자

가덕도 신공항 유치 기원 간판. 송봉근 기자

한국당 관계자는 “오 당선인이 당선되자마자 선거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국회 제출 자료에서 “영남 5개 광역단체 합의에 따라 외국 전문기관의 연구를 통해 김해신공항을 최적의 입지로 결정한 만큼 계획대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 당선인을 중심으로 민주당 PK지역 국회의원들이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설 경우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허진 기자, 부산=황선윤 기자 b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