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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자랑」눈으로 확인시켰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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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외국 팀 한국인 임원이 말하는「88서울」
서울올림픽에는 외국거주 한국인들이 대거참가, 거주국 선수단의 일원으로 맹활약을 벌이고 있다.
김정화(51·캐나다 임원) 김창남(49·코스타리카 수영코치)씨처럼 현지국적을 얻은 사람도 있고 조형구(니제르 총감독) 민병준(49·스와질란드 팀 닥터) 씨처럼 아직 우리 국적을 갖고있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 모두 올림픽 개최국 민족으로서의 뿌듯한 자긍심을 함께 느끼고 있다.
바쁜 일과 중에 이들을 찾아 지상좌담회를 엮었다.
▲유몽안씨=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지도해 동남아대회에서 20개 체급에 우승하자 올해 다시 초청됐습니다. 작년에는 모만 코치와 나 외엔 12명이 모두 공산권 코치였는데 북한코치도 탁구를 맡고있었죠. 그러나 이제 한국이 우수하다는 것을 알고 북한코치는 내보냈습니다.
▲민병준씨=나는 20년 전부터 한국외무부가 아프리카에 파견하는 의료사업의 일환으로 8년 전 스와질란드로 갔습니다. 전국 3개 병원에서 외과의사는 나밖에 없어 현지에선 유명인이 됐죠.
▲김창남씨=나는 15년 전 태권도교관으로 갔는데 여러가지불편 때문에 현지국적을 취득했습니다. 군대가 없는 코스타리카에서 군대역할을 하는 내무성교관으로 있는데 이번에 태권도는 출전자격을 못 얻어 단장수행·통역 등을 위해 수영코치 자격으로 왔습니다.
▲김무간씨=외국서 생활하면서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은 굉장한 자랑거립니다. 잔뜩 자랑해오던 것을 직접 보여주게 돼 더할 수없이 기쁘고 어깨가 으쓱합니다.
▲김정화씨=나도 30년 전 이민을 가 국적은 캐나다지만 여기서 태어났으니 긍지나 자부심을 안 느낄 수 없어요. 더욱이 일생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서울올림픽에 외국인을 데려와 도와주게 되니 간접적으로나마 조국에 뭔가 특별한 공헌을 한다는 느낌입니다.
▲조형구씨=사실 82년 당시만 해도 한국이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어요. 그러나 이제 니제르선수단을 이끌고 와 훌륭한 준비상황을 보여주니 조국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에 가슴이 뿌듯합니다. 역대 올림픽에 참여해온 많은 임원들도 서울올림픽 시설이 최고라고 감탄하고 있습니다.
▲김정=캐나다 선수·임원들도 세계 어디서도 이런 훌륭한 시설은 못 봤다고 칭찬하더군요.
▲김창=특히 보안이 철저하고 조직도 잘 돼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 작년 독립기념관 개관식 때 교민대표로 왔을 때는 국민들이 딱딱하게 보였는데 이번에는 무척 친절해 별천지에 온 것 같아요.
불편한 점은 아직 크게 없으나 차량이 적게 제공돼 분산행동을 할 땐 불편합니다. 니제르엔 승용차1대, 봉고차 1대밖에 없어요.
▲조=수송문제는 사실 어려워요. 택시를 타려해도 승차거부 등으로 1∼2시간씩 기다리기가 예사예요.
▲민=일간지를 볼 수 없는 것도 지적하고 싶어요. 외국선수·임원들은 자기들에 대한기사가 한국신문에 얼마나 반영되는 지에 큰 관심을 갖고 있거든요. 또 올림픽소식 외에 다른 뉴스들도 알고싶은데 선수촌에서는 구할 수가 없어요.
한가지 부탁은 언론이 후진국에 좀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겁니다. 사상 최다 국이 참가한데는 선진국이 주최할 경우 후진국들이 찬밥·들러리신세를 못 면하지만 제3세계 권인 한국이 주최하면 다를 거라는 기대도 있거든요.
▲김정∥외국인의 경우 언어장애도 있지만 그건 극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이 친절하고 우호적이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평을 하더군요.
한국의 경제발전은 다 잘 알고있고 이제 정치적 발전도 뒤따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고있어요.
▲유=인도네시아에선 한국을 선진국이라고 보고있어요.
▲김창=코스타리카인들도 한국은 상위권이라고 인정을 해요. 대개 30년 정도는 앞섰다고 보고있는데 단장은 선수촌을 보고는 전쟁을 겪은 지 30여 년만에 이런 발전을 한 것은 기적이라고 말하더군요.
▲민=스와질란드 임원들도 상상보다는 몇십 배 발전한 것 같다고 놀랐어요. 현지인들은 한국의 투자를 바라나 한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남아공 영향이 세서….그런데 현지 대사관의 홍보노력은 높이 평가해줘야 합니다. 이정남 대사는 국영TV에 수시로 올림픽과 한국발전상에 관한 홍보자료를 줘 방송케 해 한국이 많이 알려졌어요.
▲김정=캐나다 TV에서도 계속 올림픽소식을 방영했습니다.
▲유=그건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도 대사관에서 자료를 얻어 체육계 등에 나눠주며 홍보요원 역할을 했습니다.
▲조=니제르에서도 매년 태권도대회를 열면서 그때마다 홍보했죠.
▲김무=나이지리아는 이번에 태권도가 예선에서 떨어져 애석합니다. 행운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으나 최소한 육상에서 동메달 2개는 딸 것으로 봐요. 한국은 개최국 면모를 봐서라도 많은 메달을 땄으면 합니다. 동구에서 많이 참가해 LA올림픽보다 어렵겠지만 5개는 따겠죠.
▲유=인도네시아는 메달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열심히 연습했으니 그만큼 싸울 겁니다.
▲김창=코스타리카는 사격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어요. 수영선수인「실비아·풀」은 동독의「오토·크리스틴」과 타이기록을 갖고 있어 금메달을 바라고 있죠.
▲김정=캐나다는 1백m의「벤·존슨」, 승마의「이언·밀러」, 권투의「레넉스·루이스」, 수영 2백m 평형의「엘리슨·허그슨」,수중발레의「캐롤린·왈도」등은 금메달을 딸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양궁·탁구·권투·유도·역도 등에서 5∼6개의 금메달을 딸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니제르는 7월 3일 참가국 중 가장 먼저 한국에와 맹훈련을 했으니 육상·복싱·태권도 등 각 종목에서 메달 1개씩을 기대합니다. 한국은 6개쯤 기대합니다. 82년 북한대사관만 있던 니제르가 이제 남쪽에 더 호의적이 된 건 국력신장의 결과라 봅니다. <정리=한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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