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시간이 늘어나고 기온도 올라갔다. 봄이다. 미처 계절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몸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천하장사도 들지 못한다는 눈꺼풀과의 한판 싸움이 벌어진다. 이러한 무기력을 한방에 날려버릴 공연장 나들이를 제안한다. 바로 4~5월에 집중적으로 마련된 공연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공연 페스티벌은 몇 가지 매력이 있다. 각 페스티벌에 컨셉에 맞게 특색 있는 작품을 접할 수 있다. 기존의 공연장에서 접해온 정통 연극 이외에도 현대 연극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해외 우수작품이 초청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티켓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페스티벌 주변을 둘러보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각종 부대행사가 마련된다. 또 축제가 벌어지는 장소는 일반적으로 시골장이 선 것처럼 흥청거려서 그곳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준다. 무엇보다도 축제의 매력은 관객을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축제를 만들어가고 완성하는 능동적인 참여자로 만든다는 데 있다. 해마다 성대하게 치러지는 에딘버러 페스티벌이나 아비뇽 축제는 문화마켓이자 현대 연극의 흐름을 탐색하는 장으로서 전세계 공연 관계자들이 모여 일시적인 공동체를 이룬다.
이처럼 세계적인 축제는 아니지만 이즈음 국내에서 치러지는 '2006 셰익스피어 난장'(4월15일~5월28일),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5월5일~5월27일), '춘천마임축제'(5월29일~6월4일) 등은 공연과 축제성을 결합해서 낯선 경험을 통해 일탈과 해방을 맛보게 한다. 올해 3년째를 맞는 셰익스피어 난장은 현대까지 가장 대중적이라고 평가받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퓨전이나 혼종 등 현대연극의 흐름을 단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행사다. 18년간 이어온 춘천마임축제는 가장 축제성이 강한 잔치다.
노곤해지기 쉬운 봄.축제를 통해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