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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오염 과불화화합물…“보 탓에 바다로 빠지는 데 한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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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화합물이 경북 구미의 반도체 공장에서 주로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상수원인 낙동강 수계에서 문제의 물질 배출 사업장을 확인하고 배출을 차단했지만,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기까지는 한 달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낙동강 수계에서 검출된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의 검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배출원 조사를 했고, 주 배출원을 확인한 뒤에 해당 사업장에서 배출 원인 물질을 배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22일 밝혔다.

22일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경북 구미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한 물이 낙동강으로 합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대 산학협력단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이 상수원인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 농도가 서울 수돗물보다 5배가량 높게 나타났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서도 과불화화합물의 하나인 과불화헥산술폰산은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재작년까지 최고 농도가 L당 0.006㎍(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 수준으로 낮았지만, 지난해부터 검출 수치가 최대 0.454㎍/L까지 증가했다.

이에 환경부는 과불화헥산술폰산 배출이 의심되는 구미 지역 92개 사업장을 전수조사했고, 지난 12일 주배출원인 반도체 공장 2곳에 대해 해당 물질을 쓰지 못 하게 했다. 그 결과 구미하수처리장 방류수의 과불화헥산술폰산 농도가 5.8㎍/L(5월17일~6월 8일 평균값)에서 0.092㎍/L(6월 20일)로 감소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해당 물질에 대한 규제가 없다 보니 반도체 공장에서도 문제가 있는지 모르고 과불화화합물이 포함된 반도체 세정제를 배출했다”며 “즉시 해당 물질이 들어있지 않은 세정제로 바꿔서 사용하도록 조치했고, 앞으로는 사업장 감시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공장서 오염물질 배출…보 때문에 정체”

경북 칠곡군 칠곡보. [중앙포토]

경북 칠곡군 칠곡보. [중앙포토]

이번에 검출된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은 불소와 탄소가 결합한 과불화화합물로 반도체 세정제와 프라이팬 코팅제, 살충제 등에 사용된다.
체중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혈액 응고시간 증가,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동물실험 결과 확인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아직 먹는물 수질기준을 설정한 국가는 없으며, 일부 국가만 권고기준으로 관리하는 물질”이라며 “지난번 검출수준은 외국 권고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나 선제적 대응차원에서 저감조치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오염 물질 배출원을 차단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이미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간 과불화화합물이다.

낙동강에 설치 된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서 오염 물질이 섞인 물이 낙동강 하구를 거쳐 완전히 바다로 빠져나가려면 한 달이 넘게 걸린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유속을 높이기 위해 보를 무조건 개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감 조치를 통해 농도가 낮아진 물이 대구의 문산·내곡 취수장에는 25~26일쯤 도착할 것이고, 하류에 있는 양산의 물금취수장까지 도달하려면 한 달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보로 유속 10배 느려져”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으로 분노한 대구시민들이 동성로에서 관계 공무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낙동강 페놀유출사건으로 분노한 대구시민들이 동성로에서 관계 공무원의 사퇴를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낙동강 오염 사태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1년에는 구미 공장에서 몰래 버린 페놀(유해화학물질) 폐수가 낙동강을 거쳐 수돗물에까지 스며들었다. 당시 대구·구미·김천·칠곡 등 낙동강 연안에선 주민들이 수도물 악취소동을 겪었고, 페놀이 섞인 강물은 낙동강을 타고 흘러 400만 부산시민들까지 불안에 몰아넣었다.

이후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 설치 때문에 강물의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낙동강이 수질 오염 사태에 더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보 설치 이후 낙동강 유속이 10배나 느려지면서 오염 물질의 정체 현상이 심각해졌다”며 “각종 화학물질을 방류하는 구미산업단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정체 현상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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