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빴던 한달… 김재록씨 로비 의혹 사건서 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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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류에서 본류로=현대차 수사의 시작은 '금융계 마당발' 김재록씨 체포였다. 검찰은 현대차 압수수색 배경에 대해 "나흘 전 체포된 김씨가 현대.기아차의 사업과 관련해 거액의 로비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벽 속에 숨겨진 비밀금고까지 통째로 털린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현대차는 이번 수사의 지류"라는 검찰의 설명을 위안으로 삼았다. 양재동 사옥 로비 건에 그칠 듯한 수사 분위기는 28일 이주은 글로비스 사장이 구속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 사장이 현대차 자금 흐름을 꿰뚫는 재무통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날 검찰은 "현대차 사건을 김재록씨 사건과 분리해 '투 트랙'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 경영권 승계를 겨냥=이 와중에 기름을 끼얹은 사건은 정몽구 회장의 갑작스러운 출국이었다. 정 회장의 출국 다음날인 4월 3일 검찰은 "현대차 비자금과 '별건 수사'를 병행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별건 수사'는 4일 현대차 그룹의 계열 분리와 합병에 관여한 구조조정전문회사(CRC) 5개사를 압수수색함으로써 '경영권 승계 관련'임이 밝혀졌다. 수사의 칼끝이 정 회장 부자를 정면으로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대기업 수사는 오래 할수록 혐의가 늘어난다" "가지에 불과했던 현대차 수사가 본류로 변했다"는 검찰의 발언도 나왔다.

◆ 종착지는 어디? =중국 베이징 공장 착공식을 위해 중국에 갔던 정 회장은 사태가 심각해지자 1조원 헌납을 골자로 한 사회 공헌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에 영향은 없다"고 외면한 채 사회 공헌 발표 다음날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불렀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경제를 생각지 않고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벌이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도 냈다. 하지만 검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4일 정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한 달간 숨가쁘게 달려온 수사의 종착지가 어디가 될지는 결국 정 회장이 조사를 받고 나오는 시점에 가닥이 잡힐 것 같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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