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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반대 시위 속 중국 위린시 전통 개고기축제 개막

중앙일보

입력

“개고기 축제 반대, 강아지를 구출하자.”
하지(夏至)였던 지난 21일 중국 남부 광시(廣西)성 위린(玉林)시 전역이 붉은 벽보로 물들었다. 하지를 맞아 연례 민간 풍속인 개고기 축제가 시작되면서 중국 각지에서 모여든 동물 보호론자들이 벌인 반대 운동이다.

 개고기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 거리 전역에 붙은 "개고기 축제 반대, 강아지를 구출하자" 벽보. [사진 인터넷 캡처]

개고기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 거리 전역에 붙은 "개고기 축제 반대, 강아지를 구출하자" 벽보. [사진 인터넷 캡처]

올해도 현지 주민들은 가족 단위로 모여 개고기 요리와 과일 리치(Litch, 荔枝)를 함께 즐겼고,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은 축제 중단을 압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현지 주민들은 일단 축제에 찬성 입장이다. 위린 주민 왕웨는 “위린의 리치 개고기 축제는 주민들의 인기 풍속”이라며 “풍속 자체를 옳거나 그르다고 할 수 없다”고 변호했다. 왕 씨는 “인터넷에 유포 중인 핏빛 개 도살 장면에 대해 말하자면 다른 어떤 식용 동물도 죽일 때도 마찬가지”라며 “사람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방 정부도 축제에 찬 물을 끼얹지 않으려고 한 발 빼는 분위기다. 로이터 통신은 위린시 지방정부가 개고기 축제를 제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 역시 치안 유지 활동을 펼친 덕에 올해 동물 보호 운동가들의 방문이 예년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개고기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의 거리 모습 [사진 인터넷 캡처]

개고기 축제가 열리고 있는 중국 남부 광시성 위린의 거리 모습 [사진 인터넷 캡처]

중국의 인터넷 여론은 양분됐다. 개고기 축제 보이콧을 주장하는 동물 애호가들의 호소가 거세지자, 반대론자들은 공공질서 방해와 지방 전통 보호를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동물보호기구의 중국 내 활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초 중국에서 해외 비정부기구(NGO) 국내활동관리법의 시행으로 모든 NGO의 경찰 등록이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홍콩 명보는 위린시 개고기 축제를 전후해 중국 SNS와 동영상 사이트에 개고기 요리법 영상이 올라오면서 찬반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여론은 축제 반대 분위기다. 장화화 화남이공대 교수는 “위린시 지역에 개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검역도 없이 대규모 학살이 자행되면서 공공질서와 환경 등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개고기 축제가 현행 환경보호 법규를 위반한다고 지적했다.
위린시의 개고기 축제가 여론의 화살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자 당시 위린시 정부는 “이른바 하지 리치 개고기 축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순수한 민간의 자발적 풍속으로 정부 및 어떤 사회기구가 거행하는 유사 활동도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온라인 청원사이트인 ‘체인지 닷 오알지(chang.org)’에서 진행 중인 위린시 개고기 축제 반대 서명에는 22일 현재 309만 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국제적인 반대 운동도 펼쳐지고 있다.
장리윈(蔣麗芸) 홍콩 입법회 의원(국회의원 격)은 “이른 시일 안에 전 중국에 개고기 식용 금지법 제정을 희망한다”고 밝히면서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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