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방송센터에 88방송요원들 진친다. 방송올림픽 카운트 다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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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8서울올림픽을 지구촌 안방에 보내줄 서울국제방송센터 (IBC) 가 세계 각국 방송요원들의 잇단 입주로 붐비기 시작했다. IBC에는 세계 1백30개 방송사가 들어와 서울 잠실 주 경기장 등에서 펼쳐지는 올림픽경기장면들과 한국의 사회· 풍속 등을 취재, 인공위성을 통해 자국 시청자들에게 전하게 된다. 8일 현재 1백4개방송사가 입주계약을 완료, 거의 입주를 마친 상태며 나머지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참가선수와 관람자만의 소규모 축제에 불과했던 올림픽이 방송올림픽시대가 열리면서 지구촌의 축제로 발전했다.
최초로 올림픽이 전파매체를 타고 중계되기 시작한 것은 1936년 제11회 베를린대회. 이때부터 라디오 현장중계가 시작됐고 비록 폐쇄회로지만 텔리비젼이 경기중계에 등장, 스타디움 밖에서도 경기를 관전할 수 있는 신기원이 열렸다.
이어 48년 제14회 런던대회 때 본격적인 TV중계가 시작됐다.
72년 제20회 뮌헨대회 때부터 효율적 방송을 위해 주관방송제도를 도입, 대회조직위원회가 주관방송사를 지정해 경기는 물론 관련행사의 프로그램을 제작, 세계 각 방송사에 이를 제공하기에 이르렀다.
주관방송사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세계 각 방송사에 국제신호를 제작·분배하는 것이다.
국제신호란 중립적· 객관적 입장에서 제작한 국제영상 및 국제음향을 말한다.
국제영상에는 특정한 나라나 선수에 치우치지 않는 경기장면과 각 선수나 나라를 표시하기 위한 각종 자막·그래픽·타이밍이 포함된다.
국제음향은 각 경기장의 현장 음과 심판의 목소리· 관중의 함성·확성기 소리 등 부수음향으로 이루어진다.
둘째는 국제방송센터(IBC)를 건립, 각 경기장에서 들어오는 각종 국제신호를 입주한 개별방송사에 분배, 자국으로 송출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 올림픽주관방송사인 KBS는 서울여의도에4백33억 원을 투입, 2년6개월의 공기를 거쳐 지난 8월17일 지하2층· 지상9층· 연건평1만5백51평 규모의 IBC건물을 개관했다. 또 KBS는 IBC에 설치된 3백12종의 각종 첨단방송장비에 7백22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 방송장비는 KBS전국네트워크방송국 기자재를 합친 것의 1·5배에 이르는 방대한 양이다.
올림픽기간 중 IBC에는 국제신호제작을 위한 KBS요원 4천7명을 포함, 1만 명 가까운 세계 방송인이 근무하게 된다.
KBS는 세계 예상 시청자30억을 겨냥, 국제신호를 제작키 위해 역대 올림픽 중 최신의, 또 가장 많은 방송장비를 동원한다. 37대의 중계차가 동원되며 전경기장에 동원되는 카메라만도 주 경기장에서 사용하는 카메라 22대를 포함, 총2백32대나 된다. 특수 장비로는 서울의 경치를 조감할 수 있는 파노라마 카메라 2대, 헬리콥터 3대, 모터사이클 3대, 원격조정 카메라3대, 무선카메라4대, 전기자동차 2대, 수중카메라 2대 등이 동원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송장비도 중요하지만 고품질 국제신호제작을 위해선 전문방송 인력 양성이 우선돼야 한다.
KBS는 이를 위해 일련의 현장연수계획을 수립, 4백여 명의 전문제작기술진을 육성했다.
올림픽을 불과 8일 앞둔 지금 국제신호제작진들은 잡실·태릉 등지에서 마무리 현장실습을 하고있다.
올림픽기간 중 34개 경기장에서는 육상의 1백10개 세부경기를 비롯해 복싱 6백24개, 축구 32개, 농구 62개, 펜싱 1천여 개, 수영 1백50여 개 등 수천 개의 경기가 벌어진다. 이 둘의 경기시간은 최하 2∼3초에서 최장 5∼6시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이 세부경기를 모두 합친 2천2백30시간이 KBS가 세계에 제공하는 국제신호의 총 제작시간이 된다.
한편 KBS는 국제신호제작 외에도 국내방송을 위해 24대의 카메라를 추가로 투입한다.
KBS를 제외한 방송사중 가장 많은 인원과 장비를 투입하는 방송사는 미국전역 독점중계권을 가진 NBC다. NBC는 IBC의 1·2층을 모두 임대, 1천7백52평으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방송요원만도 자국인 1친5백명, 현지 고용인 4백 명 등 총1천9백 명을 투입하고 있다.
장비도 93대의 카메라, 17대의 중계차, 특수 카메라 등 2백t 분량을 들여오는 등 올림픽중계를 위해 총 4억5천5백만 달러를 투입했다.
미NBC 다음으로는 유럽방송연맹 (ERU)의 1천7백70명과 동유럽방송연맹 (OIRT)의 2백60명. 이 두개의 방송연맹은 별도의 기관이긴 하지만 1천7백85평의 공간을 확보, 공동운영하고 있으며 위성도 같은 채널로 사용하는 등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8일 현재 입주 방송사중 최소규모는 의외로 중국의CC-TV. 하루 16시간씩의 위성생중계 계획을 짜놓고 있으면서도 20명의 적은 요원에 들여온 장비도 카메라 1대 뿐이고 독립된 공간도 확보하지 못해 KBS가 제작한 국제신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할 예정이다.
『앞으로 빈손으로 들어와 스튜디오도 시간제로 빌릴 제3세계 방송사도 있을 것이다』는IBC관계자의 말도 있어 안방에서 즐기는 지구촌의 축제방송올림픽에서마저 빈부격차를 느낄 수 있어 씁쓸하다.
KBS가 엄정 중립을 지키며 고품질 국제신호를 만들어 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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