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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못 미친 "소문난 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시작할 때부터 늦다는 채찍이 뒤따랐던 서울올림픽 예술판화·포스터 전이 몇 차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개막 2주를 앞두고 지난3일 지각 전으로 열렸다.
제24회 서울올림픽 공식예술판화·포스터 상품화권군인 신길균 씨(47)가 서울 종로경찰서 맞은편 해영 빌딩1층에 새로 로이드 신 미술관을 차리고 개관 기념 전으로 선보이고 있는(10월3일까지) 이 전시회는 공과가 엇갈리는 기획전.
결론부터 말하면 세계적인 작가를 선정하고도 제작기간이 짧아 작가의 역량을 1백% 발휘하지 못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LA올림픽의 경우 개막4년 전에 「조신」 (LA 현대미술관수석큐레이터)에 의해 작가 선정이 착수되었고, 1년 전에 LA시립 반스달 미술관에서 전시회가 열렸던 것에 비하면 여건이 나쁜 우리가 너무나 쫓기는 일정이었다,
올림픽조직위가 예술판화·포스터 제작권 자를 공모한 것은 85년12월 6일.
신길균 씨가 공식 상품화권 자로 지정(86년5월8일)을 받고, 지난해 3월에야 작가선정을 완료했다.
출품작가는 1930년대 유럽 추상표현의「슐라쥐」(프랑스) 「파피에스」 「칠리다」(스페인), 1940년대 코브라 그룹의 창립멤버였던 「알레친스키」(벨기에), 1960년대 미국의 팝아트예술가들인「리히텐스타인」「로젠퀴스트」「라우센버그」 「짐다인」, 시각예술의 「바자렐리 」 (헝가리 ), 키네틱 아트의「아감」 (이스라엘 ) , 환경 예술의 「크리스토」(불가리아), 70년대 독일 신 표현주의 작가「펜크」, 70년대 이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트랜스-아방가르드작가 「산드라키아」「팔라디노」, 소련의 추상운동작가 「체미아킨」, 중국의 풍경추상화가 「자우키」, 일본의 추상표현경향의「시라가」, 캐나다의 오토메틱 추상표현작가 「리오펠」,멕시코의 팬터지 구상작가 「타마요」 「쿠에바스」등 세계적인 작가20명과 한국의 김기창, 김창렬, 남관, 박서보, 이번 등 모두 25명이다.·
당초에 선정된 「로이·리히텐스타인」은 판화제작을 하지 않고 포스터만 출품했고, 대신 특별작가로 초대된 「루피노·타마요」가 판화·포스터를 내놓았다.
6백 세트 만든 판화는 1세트(24점)에 3천9백40만원, 60만장 찍은 포스터는 1장에 2만4천 원씩 팔고 있다.
「짐다인」 「아감」「산드라키아」 「리오펠」 「로젠퀴스트」 「체미아킨」 「타마요」 「알레친스키」등의 작품은 비교적 호평을 받고있으나 「시라가」 「자우키」 「파피에스」는 올림픽 주제보다 자기 류에 얽매였다는 평이다. 판화제작경험이 적은 국내작가들은 오히려 합격점수를 따냈다.
「칠리다」의 작품 『경쟁과 화합』은 단조롭고 너무 쉽게 처리한 감이 없지 않다.
판화의 생명은 작가의 사인인데 작가사인이 없는 작품이 몇 점 있었다.
「짐다인」 「라우센버그」「로젠퀴스트」 「체미아킨」「팔라디노」「타마요」의 작품에선 유감스럽게도 작가의 사인을 보지 못했다.
또 국내작가를 5명씩이나 내세웠으면서도 세계적인 스타 한사람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퍽 아쉬운 일이다.
미술계에선 국내작가 선정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올림픽 예술판화·포스터전은 서울올림픽을 기리고 한국을 세계 여러 나라에 알리려는데 목적이 있다.
당초에 약속한 세계 1백대도시 순회전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림픽 예술판화·포스터 제작이 뜻대로 안된 것은 시간과 돈 때문.
너무 늦게 착수했고 작품 료를 제때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이규일 <계간 미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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