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현대글로비스, 1000억원 대 허위계산서 발급했다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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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CI. [사진 홈페이지 캡처]

현대글로비스 CI. [사진 홈페이지 캡처]

현대글로비스가 플라스틱 유통업체와 짜고 수천억원대의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실적을 늘리기 위해 실무 거래가 없음에도 허위로 계산서만 발급해 온 것이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이를 주도한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현대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출자한 회사다.

현대글로비스, 1040억 허위계산서 발행

인천지검 금융·조세범죄전담부는 20일 2797억원 상당의 허위 계산서를 주고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로 현대글로비스 전 이사 A씨(55) 등 14명과 현대글로비스와 플라스틱 유통업체 15곳 등 법인 16곳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또 현대글로비스와 플라스틱 유통업체 대표 12명, 법인 11곳 등에 대해서는 과세당국에 고발 조치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현대글로비스를 압수 수색, 같은 달 29일 같은 혐의로 현대글로비스 전 과장 B씨(48)와 플라스틱 유통업체 C씨(46) 등 6명을 구속기소 했다. B씨는 2013년 1∼10월 거래업체 선정 대가로 플라스틱 유통업체 측으로부터 6900여 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내부 전경. [연합뉴스]

현대글로비스 내부 전경. [연합뉴스]

B씨 등은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플라스틱 유통업체와 짜고 있지도 않은 거래를 한 것처럼 꾸며 668억원의 허위계산서를 발행한 혐의다. 이들은 앞서 기존에 거래하던 자동차 구매대행업체인 D사와 거래 물품 외에 604억원의 허위계산서도 발행했다.

B씨 등은 D사와의 허위 거래 때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자 플라스틱 업체로 허위 거래를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가운데 중복으로 계산된 232억원을 제외한 1040억원을 현대글로비스가 허위로 발행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또 플라스틱 유통업체 15곳도 현대글로비스의 요구에 응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1757억원의 허위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유통업체는 허위로 계산된 부풀린 매출을 근거로 금융기관으로부터 2억~5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실무 없는 가상거래 경로도. [사진 인천지검]

실무 없는 가상거래 경로도. [사진 인천지검]

내부거래 줄이고 외부거래 늘리는 수단 

검찰 조사결과 현대글로비스는 2011년 3월부터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제3자와의 거래실적을 늘리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기업 내 계열사 중 총수 일가 지분이 상장사 기준 30% 이상이고, 내부거래 규모가 연간 200억원이나 총 매출의 12% 이상인 기업이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총 29.9%의 지분을 갖고 있어 규제 대상은 아니다. 검찰은 지분율이 변동되거나 내부거래 액수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외부거래가 많은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봤다. 다만 회사 차원에서 허위 거래를 지시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인천지방검찰청 전경. 임명수 기자

인천지방검찰청 전경. 임명수 기자

검찰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탈세를 위했다거나 회사 차원이라기보다 과장 및 부장급에서 매출 실적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행한 것 같다”며 “탈법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데도 관리 감독 태만이 확인돼 법인까지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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