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만족 교육' - 학생이 이해할 때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오전 10시쯤 양재고 교정. 최란주(60)교장이 목장갑을 휴지를 줍고 있었다. 최 교장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나라도 깨끗한 학교를 가꾸는데 한몫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개교 16년째인 양재고는 올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14명을 비롯,서울지역 대학교에 200여명의 입학시키는 등 강남지역의 신흥 명문 고교로 자라잡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있는 면학 분위기 조성과 체계적인 진학 프로그램'을 강조하는 이 학교의 경영관이 밑거름이 됐다.

이 학교는 독서실 2개를 3학년 학생들에게 방과후 자율학습실로 이용토록 하고 있다.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개방되는 자율학습실 옆에는 매일 국어.영어.수학 등 주요 교과 교사들이 남아 학생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준다. 만약 교사가 없을 경우 학생이 질문에 대한 메모를 해두면 다음날 교사가 직접 찾아가 의문점을 풀어준다.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교내 식당에서 저녁 식사도 준다. 매일 200여명의 학생이 이용할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3학년에 재학중인 안민지(17)양은 "학교에서 공부하면 집중력도 생기고 모르는 부분은 즉각 선생님께 여쭤볼 수있어 집이나 사설 독서실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공부가 잘돼 학원 수강은 자율학습 이후나 토.일요일에 다닌다"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학업 수행 능력도 뛰어나다. 1학년 학생들은 영어시간에 영어로만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이 '영자신문(LEADERS)'을 발행하고 있다. 진학정보 프로그램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예컨대 학생 개인별로 학교 성적과 학력평가 성적을 상세히 입력하는 등 진학 상담에 필요한 자료를 한눈에 알아볼 수도록 컴퓨터에 DB화해 영역별.선택과목별로 알맞은 대학을 선택할 수있도록 맞춤형 진학 지도를 해주고 있다. 또 학생에게 필요한 학습 방법을 알려주고 담임 교사가 지속적으로 업그레드할 수있게 시스템화해 언제든지 체계적인 진학 상담에 응할 수있도록 했다.

학교는 또 교사에게 학생 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학교 홈페이지에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칭찬하는 내용을 올리는 '칭찬합시다'코너를 만들었다. '교실밖 훈화'코너에서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못다한 이야기가 수시로 게재된다. 이 학교 복도에는 학년별로 전교생의 사진이 걸려 있다.그 위에 '그대! 양재의 자랑','나는 양재고등학교의 자랑'등의 내용이 담긴 푯말이 있다.

매년 입학식 다음날에 신입생과 재학생이 상견례를 하며 '나는 양재고등학교의 주인이고 자랑이다'는 등의 구호를 외친다. "학생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 최 교장의 설명이다. 학교측은 2003년도 이후 졸업생과 학교를 거쳐간 교사들의 사진을 보관하고 있다. 이같은 자료를 토대로 개교 30준 준공 목표로 양재 역사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측은 또 1년간의 학사 일정을 담은 양재달력을 학부모들에게 배포하고 학생들의 성적 등 각종 공지 사항을 학부모 휴대폰을 통해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고 있다. 최 교장은 "교육은 학생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마술이고 교사는 마술사"라며 "수업시간에 존경받지 못하는 교사는 어떠한 가르침도 학생들에게 설득력을 얻어낼 수없다"고 평소 교육관을 피력했다.

◇양재고
= 1990년 3월 도곡중에서 첫 입학생을 받고 수업을 하다 같은해 11월에 현재의 서초구 서초2동에 이전,개교했다. 사방팔방으로 통하는 양재역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한 이 학교는 우면산에 맞닿아 있어 주변 경관도 뛰어나다. 교내에 벤치와 꽃나무.비가림 시설 등으로 단장한 공주로와 왕자로를 만들어 학생은 물론,지역 주민들이 쉼터로 활용할 수있도록 했다. 현재 1학년 13학급,2.3학년 14학급 등 총 41학급 1376명이 재학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