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주장-투지 넘친 플레이...'언더독' 파나마의 첫 월드컵 도전

중앙일보

입력

19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벨기에전을 마친 뒤 한데 모여 서로 격려하는 파나마 축구대표팀 선수들. [AP=연합뉴스]

19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벨기에전을 마친 뒤 한데 모여 서로 격려하는 파나마 축구대표팀 선수들. [AP=연합뉴스]

19일 러시아 소치 피시트 스타디움. 벨기에와 2018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뒤, 파나마 선수들은 한데 모였다. 사상 첫 월드컵 본선을 치러내고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다. 에르난 고메스 파나마대표팀 감독은 "오늘은 우리 팀에 매우 감동적인 날"이라면서 감격해했다.

인구 400만명의 중남미 국가 파나마의 월드컵 첫 도전은 강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 벨기에를 상대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던 파나마(55위)는 후반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에 선제골을 내주고, 로멜루 루카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멀티골을 허용하면서 0-3으로 완패했다. 그러나 투지는 대단했다. 유효 슈팅도 두 차례나 있었고, 선수들 모두 102km를 뛴 벨기에와 비슷한 100km를 뛰면서 왕성한 활동량도 보였다.

파나마는 이번 월드컵에 처음 등장한 나라다. 북중미·카리브해 예선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본선 직행 티켓을 땄지만 '언더독의 반란'을 주목한 사람은 없었다. 스웨덴의 축구 스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벨기에-파나마 경기 예측에서 "벨기에가 8-0으로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3명 선수단 전체의 몸값은 약 118억원으로 러시아 월드컵 본선 출전 32개국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파나마보다 몸값이 90배 이상 높은 벨기에(9480억원)를 상대로 강하게 맞부딪혔다. AP는 "축구가 아닌 레슬링으로 보일 정도로 공격적인 그들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했다"며 파나마를 평가했다.

19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몸을 날리며 볼 처리를 하는 파나마 주장 로만 토레스(오른쪽). [AP=연합뉴스]

19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몸을 날리며 볼 처리를 하는 파나마 주장 로만 토레스(오른쪽). [AP=연합뉴스]

무엇보다 첫 월드컵 본선 출전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해 최종 예선 최종전 코스타리카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던 주장 로만 토레스는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눈물을 보였다. 경기장엔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파나마 대통령도 직접 관전해 자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경기가 끝난 뒤 고메스 파나마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5번째 월드컵이지만, 나 역시 파나마처럼 처음 월드컵에 나선 기분이었다. 매우 행복하게 신이 났다"며 소감을 밝혔다.

첫 경기를 치른 파나마는 24일 잉글랜드, 29일 튀니지를 상대로 조별리그 남은 경기를 치른다. 자신보다 강한 팀들을 상대로 '언더독의 반란'을 꿈꾼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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