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재능있다" "똑똑하다" 트럼프의 김정은 폭풍 칭찬, '독재자에 대한 부러움' 드러낸 것

“매우 재능 있는 사람(very talented man)”, “똑똑한 젊은이(smart guy)”, “뛰어난 협상가(very good negotiator)”….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평가한 표현들이다. 그는 또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굉장히 좋은 성격(great personality)”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에 대한 이 같은 ‘폭풍 칭찬’은 전세계 전체주의 국가 지도자들에 대한 그의 관대함과 ‘독재자에 대한 부러움(dictator envy)’을 드러낸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뿐 아니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번 여름에 만나게 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위주의 국가들의 지도자들을 점점 더 잘 알게 됨에 따라, 절대 권력에 대한 선망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독재자들의 권력 매력적으로 느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부러움’은 15일 폭스 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날 뉴스프로그램 ‘폭스 앤 프렌즈’에 출연해 김 위원장을 “강력한 지도자”(strong head)라고 평한 뒤 “그는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말을 하면 ‘피플’(people)은 일어나 차려 자세(sit up at attention)를 한다”며 “마이 피플(my people)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CNN 기자가 이 발언을 추궁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이었다. 풍자를 이해 못 하느냐”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한 후 미소짓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라이스대의 대통령 역사학자 더글러스 브링클리는 WP에 “트럼프에게는 독재자 선망(dictator envy)이 있다”며“김정은이나 푸틴이 종신 집권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여 더 많이 매료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을 지낸 엘리어트 코헨도 “트럼프는 독재자의 고전적 특색을 갖고 있다”면서 “사람들의 약점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과 늘 강하게 보이고 존경 받아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그 특징으로 들었다.

“트럼프가 숭상하는 건 미국의 가치가 아니라 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을 ‘국가 최대의 적’이라 규정하며 자신을 비판하는 기자들을 “처벌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북한 조선중앙TV의 여성 앵커가 김 위원장을 대하는 태도는 매우 긍정적이라며 자신에게 우호적인 폭스 뉴스도 “그 정도로 칭찬이 후하지는 않다”고 농담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용인한 것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투옥을 주장한 점, 그리고 자신에게 충성한 이들에 대한 사면을 긍정적으로 보는 점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위주의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C)의 에이미 지가트 국장은 트럼프의 이런 권위주의 지도자에 대한 선망은 “미국 외교 정책의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이 불안한 이유는 그의 말이 미국의 가치가 아니라 미국의 힘에 대한 숭상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