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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 길 아니다" 보수파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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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남규 워싱턴특파원 현장진단 4신
미국은 지금 자기반성에 골몰하고 있다. 미 쇠퇴의 불가피성 여부가 현재 정치문화의 가장 뜨거운 논란의 주제다.
비록 소수이지만 일단의 지식인들이 최근 제기하고 있는 경고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문하고 있다. 과연 미국은 내리막길에 들어섰는가.
의회청문회·워싱턴 정책연구단체·세미나·강연·방송 등이 이를 주제로 술렁대고 있고 미 지배집단(Establishment) 의 공식 목소리로 알려져 있는 포린 어페어즈지도 최근호의 거의 전 지면을 이에 할애하고 있다.
시민도 마찬가지다. 국가흥망의 역사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학문적 노력으로 소위 「쇠퇴학파」라고 통칭되는 이들 지식인의 잇단 저술에 눈길을 쏟고 있다. 단적인 예로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의「폴·케네디」 예일대교수가 금년 초 내놓은『강대국의 흥망성쇠』 는 쇠퇴론을 폭발시키면서 장기 베스트셀러가 돼왔다.
「맨커·올슨」메릴랜드대교수의『국가의 융성과 쇠퇴』「데이비드·캘리오」존스홉킨스대 교수의『미국패권의 저편』「월터·미드」뉴욕주지사 정책고문의『필멸의 화려』등도 비슷하다. 줄잡아 40여「쇠퇴」저술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말하고자하는 점은 공통적이다. 과거의 강대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기술발전과 경제성장을 통해 새로운 강대국으로 등장,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2차대전후 절정기를 맞은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부분의 국력을 군사비에 쏟아 넣었다. 전후 40여 년간 미국은 패권을 위한 대외적 개입과 국내경제의 적절한 균형을 맞출 수가 없었다.「케네디」는『지나친 제국주의적 확장』이란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 같은 불균형은 시정하지 않을 경우, 실제 강대국을 뒷받침하는 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린다고 이들은 경고하고 있다.
2차대전후 전세계 국민총생산(GNP)의 절반을 차지하던 미 경제력은 60년대 40%를 거쳐 현재 4분의1로 처졌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확립해놓은 전략적 지위는 축소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레이건」행정부의 군비확충 노력으로 미국의 현 군사비 지출은 GNP의 6·8%로서 한국동란이후 60년대 말까지의 8∼10%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중한 군사비부담 이외에도 미 쇠퇴의 원인으로「케네디」는 저축·투자보다 높은 소비성향, 이를 조장하는 조세제도, 교육정책의 실패, 장기적 발전보다 단기적 투기성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경영풍토, 60, 70년대의 과도한 사회보장정책, 현 행정부의 지나친 재정적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울슨」은 경제발전에 사회안정은 불가결한 요소지만 안정이 오래 지속되면 이익추구집단이 늘어나 이들이 경제발전을 저해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관료·노조·로비스트 등 각종형태의 이익집단은 국민전체의 이익보다 소속집단의 이익을 앞세워 국내외적 경쟁을 없애고 경제적 비능률성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쇠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 개념이다. 한 나라의 국제적 크기는 그 나라의 경제적·군사적 힘 자체보다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강한가, 약한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어느 강대국의 국력이 자신의 과거에 비해서는 커지고 있다해도 다른 나라가 더 부강해지면 패권을 상실하는 것이다.
마샬플랜·세계은행·NATO등 전후 서유럽 및 일본 등의 복구를 위한 미국 외교정책의 결과로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총 GNP는 미국을 능가했으며, 일본의 기술수준과 재정은 미국의 넘버원자리를 위협하는 등 다원화·다극화로 이행하고 있다.
미국의 쇠퇴는 쇠퇴학파만의 고민만은 아닌 면도 있다. 작년가을 실시된 미 세계정책연구소의 전국적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중 3분의 2가 미 경제는 이제 타국에 비해 약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들은 비슷한 비율로 국제적 영향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경제력이 국방력보다 중요하다고 답변했다.「빌·클린턴」아칸소주지사는『이제「전후시대」는 끝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레스터·서로」MIT경제학교수는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지 기고에서 미국단독의 기관차가 아닌 미·일·독의 경제적 기관차로 세계경제 견인차가 대체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판이다.
그러나 보수파는 쇠퇴론을 기저부터 거부한다. 무역 및 재정 두 쌍둥이 적자는 유감스럽지만 미 국력은 국내외적으로 증강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로버트·아이즈너」노스웨스턴대학 경제학교수는 한때는 미 정부 채무규모가 GNP의 1백27%인 적도 있으나 지금은 그 액수가 천문학적으로 증가했을 지는 몰라도 GNP의 53%라고 지적, 빚은 GNP의 증가비율과 균형을 맞추는 한 우려할 것이 못되며 최근의 적자 등 경제진단은 핵심을 빗나간 것이라고 비판한다.
「칼루치」국방장관은 지난달 뉴욕의 외교문제협의회 연설에서 미국이 쇠퇴해가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사태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은 과장이라고 공박했고 「프랭크·개프니」허드슨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의 국가적 돛을 축소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진·커크패트릭」전 유엔대사는 군사비 지출은 경제성장 및 국가쇠퇴와 무관하다고 말한다.「브레진스키」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강한 유럽, 부유한 일본, 발전하는 아시아 신흥공업국은 미국의 몰락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 정책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4월 워싱턴의 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는 다음 행정부의 과제와 관련, 미 쇠퇴문제를 논의한 결론으로『미 경제는 지금도 세계최강이지만 무역 및 생산성의 개선이 없으면 2000년까지 미국의 상대적 지위가 계속 하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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