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유니폼 전쟁…페더러 사로잡은 유니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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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류회사 유니클로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세계 2위)를 사로잡았다?

로저 페더러가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 SNS]

로저 페더러가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유니폼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진 SNS]

페더러가 유니폼 스폰서인 나이키와 계약을 끝내고 유니클로와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페더러는 1994년부터 나이키와 스폰서 계약을 맺고 활동했다. 나이키에는 그의 이름의 이니셜은 딴 'RF' 상표도 등록돼 있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 메일을 비롯한 외신들은 최근 "페더러가 지난 3월 나이키와 계약을 끝내고 앞으로 10년 동안 유니클로와 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니클로는 자국 선수인 니시코리 게이(29·일본·26위)를 후원해주고 있다.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로저 페더러(왼쪽) [사진 SNS]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로저 페더러(왼쪽) [사진 SNS]

나이키에서 나오는 로저 페더러 브랜드 라인. [사진 나이키 홈페이지 캡처]

나이키에서 나오는 로저 페더러 브랜드 라인. [사진 나이키 홈페이지 캡처]

페더러는 아직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3번째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선 유니클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설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페더러는 "소문이 무성한 걸로 안다. 실제로 지난 3월 이후부터 나이키와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로 이야기는 계속 하고 있으니,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했다.

페더러가 유니클로와 계약한다면 테니스화는 다른 브랜드를 사용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테니스화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테니스 전문 매체들은 페더러의 새 테니스화로 유력한 브랜드는 아디다스로 보고 있다.

테니스 스타를 영입하기 위한 스포츠 브랜드의 유니폼 전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생활체육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테니스 종목의 특성상 스타들의 유니폼을 보고 따라 입는 일반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현(22·한국체대·20위)이 올해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면서 돌풍을 일으키자 정현의 라코스테 유니폼은 순식간에 완판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라코스테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정현과 관련된 테니스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라코스테 팝업스토어에서 모델들이 정현과 관련된 테니스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 의류 브랜드였던 유니클로는 조코비치와 니시코리를 후원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려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베이커스트리트 광고 회사의 밥 도프먼 전무는 "다른 주요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테니스 의류 시장에 늦게 진출한 유니클로는 대형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고, 그 선수들이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주면서 테니스 팬들에게 브랜드 노출을 많이 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유니클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다시 한 번 도약하려고 하는데, 이때 은퇴가 가까운 페더러가 출전한다며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존 베르트하임 테니스 전문 기자는 "페더러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오히려 페더러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이 치솟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에 노출이 많이 되면 유니클로의 투자 효과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테니스의 양대 산맥인 페더러와 나달을 전부 지원하고 있던 나이키는 테니스 동호인들 사이에선 최고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페더러가 유니클로로 이탈한다면, 테니스 유니폼 지형도도 바뀔 수 있다. 그래서 테니스 의류 브랜드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을 베팅하고 있다.

나이키와 함께한 나달의 프랑스오픈 11회 우승 역사. [EPA=연합뉴스]

나이키와 함께한 나달의 프랑스오픈 11회 우승 역사. [EPA=연합뉴스]

페더러의 유니폼 변경이 더욱 화제가 된 건 계약 금액 때문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더러가 유니클로와 맺은 계약은 연간 2240파운드(약 323억원)다. 2028년까지 총3230억원으로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페더러가 이전까지 나이키와 계약 맺은 금액은 1200만 달러(약 130억원)였다.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2·스페인·1위)도 나이키 유니폼을 입고 있다. 나달의 계약 규모는 연간 1000만 달러(약 108억원) 정도다. 또 다른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21위)는 지난해 라코스테와 5년 동안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조코비치는 이전에는 유니클로를 입었는데 라코스테와 비슷한 계약 규모였다. 올해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무서운 신예로 떠오른 정현(22·한국체대·20위)는 지난 2016년 라코스테와 5년 계약을 맺었는데, 금액은 연간 7~1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5월 라코스테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노박 조코비치. [사진 라코스테]

지난해 5월 라코스테와 스폰서 계약을 맺은 노박 조코비치. [사진 라코스테]

페더러가 나이키와 연장 계약이 유력하다는 의견도 있다. 나이키도 페더러가 요구하는 금액을 맞춰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지난 2015년 12월 '농구 스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와 10억 달러(약 1조780억원) 이상의 평생 계약을 맺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SB네이션은 "제임스와 대형 계약을 맺은 나이키가 시장성이 높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 한 명을 더 보유하기 위해 3230억원을 쓰는 것은 쉬운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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