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한이슈]병원비 못 낸 말기암 환자…진료 기록도 없이 다른 병원으로

중앙일보

입력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Pixabay]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Pixabay]

최근 화제가 된 이슈를 딱 하나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얘기 나눠보는 시간 ‘딱한 이슈’입니다. 오늘 5회를 시작합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병원비를 내지 못하는 말기암 환자를 강제 퇴원 시킨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대장암 4기 환자인데, 병원은 “병세가 너무 심해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퇴원하라는 요구를 환자에 했습니다. 결국 이 환자는 휠체어에 앉아서 병원 로비에서 2시간 동안 있다가 보안요원의 연락을 통해서 결국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이 환자가 내지 못한 병원비는 176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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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 병원은 “강제 퇴원이 아니다”는 입장을 중앙일보 취재진에게 얘기했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치료가 없다는 점을 환자에게 설명을 했고, 이 환자도 동의를 했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병원이 이 환자가 돈을 못 내서 강제 퇴원 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관할 보건소를 통해서 조사에 착수한 상태고요. 조사 대상은 ‘돈을 내지 못하는 환자를 강제 퇴원 시켰느냐’는 의료법 위반 여부입니다.

이 사건을 취재한 정종훈 기자에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물어보겠습니다.

보건복지부를 출입하는 정종훈 기자와의 문답 주요 내용

병원 실명 밝히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진료 거부 행위인지 여부가 아직 명확치 않고요. 현재 관할 당국의 조사 단계여서 지금 상태에선 익명 처리했습니다."

환자 측의 주장을 명확히 알 수 있는 상태입니까.

"현재로선 이 환자가 입원한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를 통해서 듣고 있습니다. 본인은 '강제 퇴원'이라고 명시적인 주장을 하는 건 아니고요, 그렇다고 본인 의지에 의해서 이번 일이 벌어진 건 아닌 것으로 현재까지 취재된 상태입니다."

이 병원이 먼저 나서서 이 환자를 국립의료원으로 보내주기 위한 절차를 밟아줬으면 문제가 안될 일 아니었나요.

"도의적인 마무리가 깔끔하진 않았습니다. 진료 기록을 먼저 정리해서 국립의료원으로 보내주려는 절차 같은 게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떠밀리듯 환자가 국립의료원으로 가는 게 아니라, 환자 자료가 인계가 잘 됐어야 했는데. 이 환자는 진료 기록(차트)도 보내지지 않고 사설 구급차를 타고 국립의료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래서 국립의료원이 이 환자에 대한 검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던 거죠.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겁니다."

병원 입장을 옹호하는 댓글도 많아 보이는데요. 노숙자가 주변에 많은 곳에 있는 병원에선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부분도 병원이 해명할 때 언급을 하던가요.

"오히려 그런 논리로 국립의료원이 이 병원을 이해해주긴 하더라고요. 이런 노숙자 환자를 위한 전문 시설이 갖춰지고, 치료를 받고 노숙자가 사회적으로도 재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혹시 국립의료원 입원을 환자가 거부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건 아닌가요.

"국립의료원의 인프라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노숙자의 치료 뿐 아니라 재활을 위한 시스템 확충은 필요해 보입니다. 이번 일도 환자가 국립의료원으로 옮기는 것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도 아닌 것으로 압니다."

근원적인 문제를 지적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에 대한 진료 시스템이 확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대학병원의 문제로 보기 보다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게끔 제도 보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최선욱 기자, 크리에이터 신동물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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